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소비자의 마음속에 경쟁사 대비 우리의 기업 또는 제품, 서비스가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사례는 현대카드가 5년만에 6배의 경이로운 성장한 한 배경과 마케팅 활동에 대해 알아본다.
<사례>
Management |마케팅 전문가와 기자가 찾은 현대카드 잘나가는 비결
소비자는 새로운 걸 원했고 회사는‘공격 마케팅’ 펼쳤다
5년 만에 시장 점유율 6배 성장. 현대카드가 일궈낸 경이로운 성과다. 지난 2001년 말 현대카드가 다이너스카드코리아 인수를 통해 신용카드업에 진출할 때만 해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신용판매 취급액 점유율 1.8%라는 초라한 성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불과 5년 만에 무려 6배 이상 성장한 신판 점유율 12%(2006년 8월 말 기준)를 기록하며, 점유율 15% 안팎의 선발 카드사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이 같은 현대카드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마케팅 전략의 쾌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카드가 하면 된다”는 얘기는 이미 카드업계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정설이 되어버렸다. 이젠 은행권에서도 현대카드의 마케팅 비법을 배우겠다며 혈안이 되어 있다. 현대카드의 마케팅 전략에는 어떤 비법이 숨어 있을까. <이코노믹 리뷰>는 마케팅 전문가인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와 함께 현대카드의 마케팅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첫 번째 포인트
공격하면 시장은 열린다
현대카드 마케팅의 핵심은 과감한 공격과 차별화, 그리고 톡톡 튀는 광고로 모아진다. 사실 현대카드가 설립된 2001년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시기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광고비를 줄이기 시작했으며, 신상품 개발은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후발 주자였던 현대카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2%도 채 안 되는 시장 점유율을 늘려야만 했다. 때문에 현대카드가 택한 마케팅 전략은 ‘공격’이었다. 그 때 시장에 내놓은 카드가 바로 M이다. 현대카드 변창우 이사(마케팅실장)는 “선발주자인 LG나 삼성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챌린저로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해야만 했다”며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의욕적으로 M을 선보였다. 그러나 런칭 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불과 3개월 뒤 새롭게 리뉴얼된 현대카드 M을 다시 출시한다. 디자인부터 기능에 이르기까지 크게 달라진 M은 카드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M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회원을 모집하게 된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400만 고객을 넘어서면서, 성장세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대카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광고비다. 현대카드는 M 출시 후 매년 300억원 이상을 광고비로 투자했으며, 올해도 광고비로 350억원(추정)을 들였다.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는 “이 같은 현대카드 M의 마케팅 전략은 불황인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포인트
후발업체는 틈새를 봐야 한다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입하면서 틈새시장을 뚫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포인트 제도다. 현대카드 M의 성공 원인을 분석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포인트다.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 회사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포인트 제도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했다. ‘지금보다 더 많이 적립해 준다면 어떨까’, ‘현금처럼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두 가지가 사고의 시발점이었다.
변 이사는 “사실 5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의 포인트에 대해 그다지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이제 고객들은 포인트를 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보다 포인트를 높게 적립해 줬다. 제휴사와의 비용 쉐어링 등을 통해 코스트를 줄였고, 리워드 포인트 구조 자체를 다르게 정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대표는 “그 동안 신용카드사들이 아웃소싱을 통해 포인트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는 구조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대카드는 제휴처와의 쉐어링을 통해 포인트 적립 구조를 단순화시켜 고객과 가맹점을 모두 만족시켰고, 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인트의 이용방법에 있어서도 현대카드는 독특했다. 현대카드 M의 경우 자동차 구입 시 50만원을 선 할인해주고, 할인받은 금액을 카드 이용에 따라 적립된 포인트로 갚아가는 포인트 선 이용 제도를 시행하여 히트를 쳤다. 포인트를 적립하여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미리 포인트를 이용하고 후에 포인트를 적립하여 갚는 방식이다.
이 같은 현대카드의 선할인 제도는 다른 카드 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카드는 작년 10월 쌍용자동차와 제휴하여 포인트 선 이용 방식의 자동차 제휴카드를 출시했으며, 대우캐피탈과 제휴하여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이 방식을 도입했다. 삼성카드도 르노삼성자동차와 제휴하여 포인트 선이용 방식의 자동차 제휴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선할인 제도는 이후 휴대폰, 백화점 상품권 등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에도 응용되고 있다.
세 번째 포인트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최근 기업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략 중 하나가 디자인이다. 이제 디자인을 빼놓고는 마케팅을 얘기하기 힘들 만큼, 많은 분야에서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 같은 기류는 전혀 없었다.
카드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카드하면 으레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을 떠올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카드에 색깔을 입히고, 모양을 달리했다. 이 같은 디자인의 차별화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시켰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현대카드가 예뻐서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예쁘고,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계속 관습화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그렇게 지갑에 넣고 다니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시각적인 매력이 중독적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디자인이 마케팅과 접목되는 건 이 같은 소비자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마케팅은 CEO인 정태영 사장의 영향이 컸다. 변 이사는 “언젠가 정태영 사장님이 ‘카드를 한 번 모던하고, 세련되고, 도회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면서 “당시만 해도 디자인과 카드가 무슨 상관이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젠 다른 카드 회사들도 현대카드를 따라 카드에 옷을 입히고 있다. 더 이상 네모 반듯하기만 한 멋없는 카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도 이제 상품 대금 결제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 디자인과 형태의 차별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디자인이 상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현재 사내에 7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팀을 운영하고 있다.
네 번째 포인트
소비자는 새로운 걸 원한다
무엇보다 현대카드 마케팅이 눈에 띄는 건 앞서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생산해낸다는 건 아니다. 생각은 하지만, 섣불리 접근하지 못 했던 영역을 하나 하나 개척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파벳 마케팅이 그랬고, 작년과 올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프리미엄 마케팅이 그렇다.
지난 2005년 2월 현대카드가 ‘더 블랙(The Blacck)’ 카드를 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과연 100만원이나 되는 연회비를 내면서 누가 카드를 발급받겠냐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더 블랙’은 출시 1년 만에 국내 최고 기업의 CEO급 회원을 1500명을 확보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비씨카드와 신한카드가 서둘러 연회비 100만원 짜리 비자 인피니트 카드를 출시한 게 ‘더 블랙’의 영향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올 초에도 역시 프리미엄 상품인 ‘더 퍼플 (The Purple)’ 카드를 선보였다. 연회비 30만원으로, 대기업 임원 및 부장급,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발급한 이 카드 역시 지금까지 4000명의 회원을 모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카드는 지금도 매월 700~800여 명의 신규 회원이 유입되고 있다. ‘더 퍼플’이 성공을 거두자 LG카드에서는 이와 유사한 ‘더 베스트(The Best)’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상품을 좇는 경향이 있다”며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알파벳 마케팅의 성공 요인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고서적 =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한국형 신용카드 마케팅>, <카드 마케팅>
현대카드 변창우 이사(마케팅실장)
“창의적 기업문화가 마케팅 힘”
“콘퍼런스 룸, 직원 식당, 도서관, 로비 등 어디를 봐도 현대카드는 다른 금융기관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곳곳에서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느낄 수 있죠. 이런 기업문화가 마케팅 전략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카드 변창우 이사는 현대카드 마케팅의 핵심은 창의적인 기업문화라고 말한다. 마케팅이란 게 새로운 문화를 꾸준히 접하면서 생기는 창의성이 자극제가 되게 마련인데, 그런 측면에서 현대카드는 마케팅 담당자로서는 정말 좋은 기업 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게 매주 금요일 열리는 포커스 미팅이다. 사장 이하 전 임원들이 모여 집중 토의를 하는 이 시간에는 서로의 의견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그 자리에서 결론을 도출해 낸다. 변 이사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기에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다른 회사보다 빠르다”고 말한다.
변 이사는 작년 초 더 블랙 카드를 출시했던 게 가장 만족스러운 마케팅이었다고 자평(自評)한다.
“더 블랙은 국내 최초로 출시된 슈퍼프리미엄 카드였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카드 시장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앞으로도 이처럼 차별화 되고, 의미 있는 마케팅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요새 변 이사는 다음 마케팅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그 동안 펼쳤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은 이미 다른 회사들이 벤치마킹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최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스포츠 마케팅이다. 단지 경기를 후원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마케팅 수단으로써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스포츠하면 현대카드를 떠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어떤 스포츠든 나쁜 이미지를 가진 건 없잖아요?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와 회사의 이미지를 결합시킬 묘안을 찾고 있죠. 일단 후원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아닌, ‘온리 원(Only one, 단독)’이라는 방침을 고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선호도 향상, 회원 모집 등에 대한 연계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윤종성 기자(jsyoon@ermedia.net)
기사입력 2006-11-01 20:09 | 최종수정 2006-11-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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