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 사원들에게 있었네 위기의식 기업들 사내 아이디어 공모 붐 소통·제품 개발·매출 ‘일석삼조’ 효과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LG텔레콤 엑세스망개발팀 정두식 대리는 지난 9월부터 근무 중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졌다. 습관처럼 인터넷 기사를 클릭하는 대신 사내 인트라넷에 개설된 아이디어 게시판 ‘아이디어 팩토리’에 올라온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댓글을 훑어보는 것. “우리 회사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면서 자극을 받고, 저 스스로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엑세스망계획팀 이승훈 과장 역시 이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디어를 자신의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아이디어에 댓글로 생각을 보태고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방식을 보면 소통이 화두가 되는 ‘웹2.0’의 개념과 ‘집단 지성’의 힘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성장동력 멀리서 찾지 마라!” ‘아이디어 팩토리’는 LG텔레콤 신사업개발팀이 9월 개설한 아이디어 게시판이다. 신사업개발팀 고성필 차장은 “직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했는데, 개설 한 달 반 만에 전체 직원의 약 40%가 참여해 1700개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등 예상 밖의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명으로 아이디어를 올릴 경우 회사 내 서열관계를 의식해 ‘건전한 비판’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 필명을 쓰도록 한 것도 참여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게시판은 지난해 시행돼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아이디어 올림피아드’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인 ‘아이디어 올림피아드’는 과장급 이하 젊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신사업 및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경쟁 프로그램. 신사업개발팀은 올림피아드만 운영할 경우 부담을 느껴 참여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좀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게시판 기능을 추가했다. 한편 ‘아이디어 올림피아드’에는 지난해 18개 팀, 75명의 직원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58개 팀에 인원도 두 배가 넘는 170명이 참가했다. 본선 진출 10팀 중 한 팀으로 최종 선발된 송철민 과장(경영정보팀), 정하영 씨(무선컨텐츠팀), 유이영 대리(영업1기획팀)는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 컴퓨터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을 휴대전화에 접목하는 기술을 주제로 삼았다. ‘아이디어 팩토리’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는 송 과장은 “‘내 일’ ‘내 팀’뿐 아니라 다른 팀의 일까지 크로스오버적,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점이 사내 아이디어 창구를 활용해 얻은 소득”이라고 말했다. 본선을 통과한 팀은 멘토 그룹의 자문을 받을 수 있으며 활동비도 지원받는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동아리 팀원들에게는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 MWC 2009(Mobile World Congress) 참관 기회가 주어졌다. 본연의 업무가 아닌, 공모전 준비를 하다 보면 눈치가 보일 수도 있을 터. 정씨는 “업무 시간의 약 10%를 아이디어 준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어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디어 올림피아드’는 이 회사 정일재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야심차게 진행되고 있다. 정 사장은 “당장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보다 시야를 넓히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조직 내 혁신 인자를 채워줄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KT가 6월 오픈한 ‘KT아이디어 위키(wiki)’ 역시 지난 1월에 취임한 이석채 회장의 비전에 따라 도입된 사내 아이디어 수집 시스템이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위키피디아처럼 누군가 이를 보완하고, 또 누군가가 수정해 결국에는 결실을 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이용자들의 참여로 내용이 끊임없이 수정, 보완된다. KT 측은 글로벌 기업 IBM의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 델의 ‘아이디어스톰(ideastorm)’ 등을 벤치마킹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 6월1일 KTF와의 합병에 맞춰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에 댓글을 다는 방식의 ‘KT아이디어 위키’가 완성됐다. 이곳에는 10월29일까지 총 1만6367건의 아이디어가 올라왔으며, 댓글 수는 12만2818건에 달한다. 직원 3만8000명 중 절반 이상이 참여한 셈. SK텔레콤 역시 직원들이 인트라넷을 통해 올린 아이디어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검토하고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T두드림’을 9월 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홍보팀 허재영 부장은 “과거에도 조직별로 아이디어 취합 창구를 운영하긴 했지만 좀더 체계화한 틀 안에서 전사적으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1등 하면 프로젝트 지휘 특권
‘T두드림’은 비즈니스 콘셉트 및 정의, 타깃 고객과 제공 가치, 주요 비즈니스 모델 관련 시장 현황, ‘왜 SK가 해야 하는가’ 등의 내용을 한 장짜리 보고서로 정리해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운영 한 달 만에 45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되는 등 직원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자기 일만 하기에도 바쁜 직장인들이 회사의 장기적 비전과 연결된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터. 허 부장은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등을 하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돼 해당 아이디어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점이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올해 들어 급격히 사내 아이디어 공모 및 아이디어 취합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동참하고 나선 데는 각 회사 CEO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LG경제연구원 통신전략실 서기만 연구위원은 애플사(社)의 아이폰 출시가 이들 기업에게 자극이자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자체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혁신적인 아이폰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각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인터넷과 무선 데이터 통신의 향후 방향에 대해 절박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맞춰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를 조직 내에서 구하려는 움직임이 형성된 거죠.” LG텔레콤 고성필 차장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아이폰 출시가 이동통신사의 먹이사슬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급진적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직원 모두 자기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혁신적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백화점 홍보팀 하지성 과장은 최근 언론사들이 요청하는 케이스를 취합할 때나 홍보 아이템을 찾을 때 사내 인터넷 게시판의 ‘아이디어 플러스’ 코너를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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