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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샘터........о♡/마케팅·경영전략

보성 다향제의 스토리텔링

보성 다향제는 성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차 축제이다. 이제 향유하는 축제를 넘어서 산업으로서의 축제가 되어야 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효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축제의 성공 여부는 여러 요인이 결정 짓는다. 그 가운데 운영과 집행하는 측에서 축제경영의 마인드를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향제와 같이 역사적·지역적 특산물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축제에 있어서 스토리텔링 전략은 그 축제를 차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차를 사랑하면서
솔직하게 말해 차보다 커피를 즐겨 마셨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순전히 건강상의 이유로 내 연구실에서는 커피가 추방되었고, 그 자리에 차가 자리 잡았다. 요즘 들어서는 차의 깊은 맛을 알기 시작하여 다기(茶器)도 갖추고 차의 원산지와 채집 시기를 따져 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차를 즐기기 시작한 이래로 건강의 변화는 물론 찻물을 달이고 차의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여유가 생활에까지 이어져나갔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차를 마신다는 것은 시간이 여유로운 계층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만큼 차를 만들기까지 공정도 까다롭고 손도 많이 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갖가지 전통 차가 주는 향과 그 깊은 맛을 커피와 비할 수 있겠는가.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캠퍼스 내에 커피 자판기만 놓지 말고 순수 국산차 자판기도 설치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 글은 한국의 대표적인 차 축제인 ‘보성 다향제’를 통해 차가 어떻게 문화콘텐츠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고자 썼다.

 

 

보성 다향제 - 녹차의 브랜드화
우리나라 차의 1번지는 뭐니 뭐니 해도 전남 보성이다. 1985년, 전남 보성에서는 녹차를 보급시키기 위한 축제가 처음으로 열렸다. 모든 한국의 지역 축제가 그렇듯이 보성 녹차축제인 보성 다향제도 처음에는 그야말로 동네축제 내지는 군민 위로잔치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보성 다향제의 브랜드 가치는 보성 녹차 밭의 풍경과 같이 푸른 융단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보성은 국내 최대의 차 주산지요, 녹차가 산업으로 성장한 곳이다. 이곳은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녹차와 관련해 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다. 조선 시대에 이름 지어진 다전(茶田)이라는 마을이 있을 정도로 야생 녹차의 뿌리도 깊게 박혀 있다. 지금도 문덕면 대원사와 벌교 징광사터 주변을 중심으로 야생 차나무가 자랄 정도로, 녹차 재배지로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이런 역사적·지리적 조건들은 보성을 녹차로 브랜드화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녹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잘 가꾸어진 인공적인 대규모의 녹차밭보다는 이런 야생차 재배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성은 국내 녹차 생산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데, 약 600㏊의 계단식 녹차밭을 일구면서 웰빙 바람을 함께 타고 급성장했다.
보성 다향제는 녹차와 함께 성장한 지역축제다. 이 축제는 말 그대로 차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축제이다. 차의 신을 기리는 ‘다신제’를 시작으로 직접 찻잎을 따보는 찻잎 따기, 해외 여러 나라의 차와 보성 녹차를 비교해보는 국제 차문화 경연대회, 예절을 갖춰 마시는 법을 배워보는 다례 시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함께 펼쳐진다.
최근에 무려 150만 명이 축제 행사장을 찾아 전국적인 규모의 축제로 발돋움했으며, 외국인 참여자 수도 꾸준하게 증가해 명실 공히 녹차로 브랜드화된 축제로 자리 잡았다. 다향제 기간에 보성에 가면 100만 평 규모의 철쭉이 장관을 이루는 인근 일림산의 철쭉제와 보성의 또 다른 멋인 판소리 체험 코너도 접할 수 있고, 녹차로 만드는 기상천외한 음식들도 맛볼 수 있다.
이제 보성은 다향제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는 축제를 통해서 지역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성은 녹차의 관광상품 가능성과 다향제의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에 높은 평가를 받아 2003년부터 3년 연속 문화관광부 지정축제로 선정되었다. 특히 2005년에 개최한 보성 다향제는 관광객 참여도 높았고, 체험 프로그램도 더욱 내실 있고 알차게 운영하였다. 오는 5월에는 제33회 보성 다향제(4~7일, 4일간)를 개최한다. 축제의 주제도 거창하게 대한민국 녹차 수도 ‘보성’을 표방하고 있다. 축제 슬로건으로 ‘건강을 위한 아름다운 선택 녹차’를 주창하여, “ ‘다’ 차를 통한 정신적 풍요, ‘몸’ 차를 통한 건강한 삶, ‘감’ 보성에서 느끼세요”의 콘셉트를 중심으로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토리텔링 전략, 축제 차별화에 기여
그러나 보성 다향제를 자세히 따져보면 축제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지, 축제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최근 들어 ‘축제경영’이라는 문화경영학적 개념이 도입되면서 축제를 위한 스토리텔링 전략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마치 거창한 전략처럼 보이지만 수사학에서 사용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에서 시작한 것이다.

 

1) INVENTIO 단계에서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찾아낸다. 축제의 문화원형 연구가 이 단계에 해당한다. 즉, 다향제의 기원에 해당될 수 있는 녹차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깃거리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축제 콘텐츠의 원형을 도출하는 단계로서, 도출된 원형을 가지고 축제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나아가 콘텐츠 기획 의도에 맞게 도출된 원형을 세분화하여 축제 기획의 콘셉트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2) DISPOSITIO에서는 INVENTIO 단계에서 생각해낸 것을 순서 있게 늘어놓는다. 여기는 축제 콘텐츠의 스토리화 단계로서 문화원형 연구에서 추출된 원형에 콘텐츠 스토리를 부여한다. 녹차와 관련된 역사적인 소재들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3) ELOCUTIO는 어휘의 장식, 문체를 첨가하는 단계이므로 축제 콘텐츠 스토리의 멀티미디어화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축제 참여자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한다. 은유, 환유, 반복, 패러디 등의 다양한 문체를 사용하여 세밀하게 스토리텔링을 기획하는 단계이다.


4) ACTIO에서는 담론을 행위로 연기하는 단계이다. 여기서는 축제 행사운영의 세밀한 사전 기획을 토대로 해야 축제콘텐츠가 시간적·공간적 배치를 통해 실행된다. 앞 단계에서 조직된 스토리텔링 장치들, 즉 녹차에 관한 축제콘텐츠들이 세부 프로그램으로 실행되는 단계이다. 이 세부 프로그램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녹차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


5) MEMORIA는 기억에 도움을 청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스토리의 감각화 구축 단계로서 참가자들이 축제의 체험을 통해 받은 감흥을 재생산해내는, 스토리텔링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단계이다. 즉, 다향제의 축제콘텐츠를 생산하는 측과 향유하는 측 간의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져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단계이다.

보성 다향제는 성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차 축제이다. 이제 향유하는 축제를 넘어서 산업으로서의 축제가 되어야 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효자 역할을 해야 한다. 축제의 성공 여부는 여러 요인이 결정 짓는다. 그 가운데 운영과 집행하는 측에서 축제경영의 마인드를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향제와 같이 역사적·지역적 특산물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축제에 있어서 스토리텔링 전략은 그 축제를 차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해당 축제 특성에 맞는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고 축제콘텐츠를 기획·실행·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축제를 문화산업으로 하고, 이를 통해 부강하고 행복해지는 나라를 꿈꾸며 글을 맺는다.

 

 

출처 : http://www.kc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