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기술의 샘터........о♡/News·용어·시사

자연산 집착 생태계 파괴 원인으로

[이덕환의 과학세상](138) 자연산

디지털타임스|기사입력 2007-10-16 08:02 기사원문보기
맛과 품질이 개선된 인공산이 홀대

자연산 집착 생태계 파괴 원인으로


우리의 `자연산'에 대한 집착은 정말 유별나다. 자연산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따지지 않는다. 품질과 맛이 형편없이 떨어져도 상관이 없다. 우리 몸에 좋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런 주장이 정말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만든 것이라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자연산에 대해 극단적인 호감을 갖는다.

자연산에 대한 애착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본래 `도다리'는 우리 횟집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2등급 생선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광어'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생선 마니아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광어와 도다리를 알아내는 `좌광우도'와 같은 식별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 인심이란 믿을 것이 못된다. 광어 양식 기술이 등장하자 도다리를 내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해 버렸다. 양식 광어보다는 `자연산' 도다리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도다리의 맛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런데 이제 광어는 양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싼 맛'에 선택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자연산에 대한 우리의 애착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우선 자연산은 맛이나 품질이 떨어진다. 예외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자연산은 품종 자체도 좋지 않고, 품질 관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종자 개량과 재배ㆍ양식 기술을 통해 맛과 품질이 개선된 인공산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슈퍼마켓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려한 농축산물의 맛과 품질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힘든 노력의 결과라는 뜻이다.

자연산이 우리 몸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도 섣부른 것이다.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 덕분에 자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잊게 된 우리의 잘못된 환상일 뿐이다. 자연에서 아무 대가없이 우리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선뜻 포기해 줄 생물종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지 못한 탓에 우리의 먹이가 되어버린 생물이 바로 자연산이다. 그런 자연산이 우리에게 좋기만 할 이유는 처음부터 없다.

실제로 자연산 중에서 마음놓고 먹어도 되는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독버섯, 복어, 독사, 야생 감자를 비롯해서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을 가진 생물이 훨씬 더 많다. 자연산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심지어 우리가 재배하는 감자, 시금치, 당근과 같은 야채에도 비록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인체에 독이 되는 물질이 들어있다. 유격이나 등산 훈련시 자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가려내는 교육을 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연산에 대한 우리의 유별난 집착이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지구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65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연산만 고집할 경우에 발생할 문제는 분명하다. 그런 경우에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종은 많지 않다. 이미 산삼, 대구, 조기 등이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불과 도구를 사용하고, 놀라운 기술로 무장한 인간의 힘을 이겨낼 생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산에 집착할수록 생태계의 파괴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마련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연히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자연산 예찬론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대량으로 양식한 광어와 복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 준 과학기술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연과 인간을 지키는 길이다. 양식 광어와 복어를 애써 내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서강대 교수ㆍ과학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