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후 'New 삼성' 깃발 달고 달린다
[뉴스핌=김종길기자] 삼성그룹은 16일 2009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은 장기 대표이사 재직자 등 60세 이상 CEO를 퇴진시키다는 원칙 아래 실적 등을 일부 고려했으며 이번 세대 교체를 통해 비자금 사건 이후 일부 비상적으로 운영됐던 인사 문제를 정상화 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이번 인사를 통해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 등 삼성전자의 대표적 인물들이 물러났다. 삼성 측은 본인의 용퇴 결심이 이번 인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지만 다른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황창규 사장의 퇴임은 삼성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황 사장이 지난해 인사에서 기술총괄로 자리를 옮긴데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석권을 지휘해온, 삼성 반도체의 신화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최악으로 치닫은 지난해 이후 악화해온 반도체 시황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는 일부의 평가가 이번 용퇴에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 48년생인 이기태 부회장의 경우 나이가 일단 퇴임 대상에 포함되지만 그보다는 지난해 9월 중순 아들이 조폭을 동원한 사업 확장 시도 혐의로 입건됐던 것과 LG전자와의 휴대폰 분야 격차 축소 등이 퇴임과 문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기태'와 '황창규'라는 휴대폰 및 반도체의 대명사가 빠진 삼성전자는 기존의 4개 총괄 대신 제품과 부품이라는 양 날개를 축으로 운영된다. 반도체와 LCD는 이윤우 부회장이 총괄하고 권오현 반도체 사업담당 사장, 장원기 DS LCD사업부장 사장 등 한 분야를 파온 인물들을 포진시켰다.
지난 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출발해 25년간 삼성 반도체를 이끌어 온 권오현 사장이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를 주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55년생으로 새 사장단 중 가장 어린(?) 장원기 LCD 사업부장 사장은 S-LCD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큰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사장은 기존 정보통신에 더해 디지털미디어까지 이끌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2인자로 올라섰다. DM총괄 사장 시절 ‘보르도TV’를 공전의 히트작으로 만든 인물이다. 또 한명의 보르도맨 윤부근 부사장이 2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지원 총괄과 기술 총괄을 해체하고 본사 인력 대부분을 현장으로 보내는, 현장 중심 조직으로 변화한다. 서초동 사옥에는 인사, 홍보 등 필수 인력만 남고 직원 대부분은 주요 사업부가 있는 수원과 기흥.화성, 탕정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기술 총괄 소속 임직원들도 현장 사업부와 기술원에 분산 배치된다.
이같은 변신은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한 조직 체질 개선의 측면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강남에 남아야 할 필수 인력 외에는 모두 현장에 배치해 스피디한 의사결정과 업무 효율을 꾀할 것“이라며 ”맏형 격인 전자의 움직임을 다른 계열사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석유화학 계열사 CEO들의 전면 교체와 금융 계열 CEO들의 유임이다.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이 석유화학계열사인 삼성토탈 사장으로, 배호원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이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이동했으며 윤순봉 부사장이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박오규 삼성토탈 부사장이 삼성BP화학 사장으로 가는 등 화학 계열사 CEO들은 모두 교체됐다. ‘1등주의’를 외쳐온 삼성의 치부로까지 불려온 화학 계열사들의 수장을 전면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각오를 다지겠다는, 일종의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
금융 계열사의 경우 삼성토탈로 이동한 유석렬 사장을 대신해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새 CEO에 임명된 삼성카드 외에는 이동이 없었다. 당초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의 퇴임이 당연시됐으나 두 사람을 포함해 삼성화재 지대섭 사장,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 삼성투신운용 강재영 사장까지 모두 유임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이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48년생”이라며 “(금융계열사 CEO 대거 유임은) 자통법 시행과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 등 금융권의 큰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폭적인 물갈이가 시도된 이번 사장단 인사는 한마디로 이건희 전 회장 이후 'New 삼성시대의 도래'로 정의할 수 있다. 비자금 특검과 이건희 전 회장 퇴진, 이후 삼성재판과 이재용 전무의 해외사업장 근무 등으로 소위 바람 잘날 없던 삼성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리더들을 포진시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훨씬 젊어진 새 CEO들이 이 전 회장 퇴진 후 이재용 전무의 오너 등극 때까지의 시간적 간극을 메우면서 뉴삼성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 CEO 진용이 곧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행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이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최근 관련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데다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려면 그에 맞는 젊은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김인 삼성SDS 사장이 삼성네트웍스 사장을 겸직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통합적 IT전략 실행을 위해 통합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왔으나 비상장사인 삼성SDS를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관련 소송 등으로 인해 이를 추진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이재용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에 새 경영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무와 가까운 김인 사장이 양사 합병 및 새 경영시스템 구축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종길 기자 (kjk5432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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