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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샘터........о♡/마케팅·경영전략

나이키와 애플의 영악한 이종교배


선진국일수록,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근무시간이 짧고 여가시간이 긴 국가일수록 생활체육과 레저스포츠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엄청나기 마련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혼자 살면서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혼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레저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달리기는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간단히 옷 한 벌과 신발만 있으면 나머지는 신체능력과 인내심과의 싸움을 통해 얼마나 오래 그 단순하고 지루한 '달린다'라는 행위를 반복할지 결정됩니다. 나이키는 이 지루한 달리기에 IT 기술을 접목시켜 굉장한 재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나이키가 핵심 사업의 하나로 프로모션을 펼쳐나가고 있는 나이키 플러스(NIKE PLUS)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신발에 RFID 방식의 소형 송신기를 부착하고 수신기를 통해 달리는 사람의 운동 정보를 기록하여 나이키 플러스 사이트를 통해 기록을 관리하고 공유합니다. 이전에는 이정도 양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좀더 커다란 크기의 기계가 필요했지만 나이키는 이를 작고 가볍게 구현해 낸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나기만 하다면 나이키 플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진 못했을 것입니다.

나이키 플러스는 애플의 아이팟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하이테크 장비를 다루는데 익숙합니다. 이 점에 착안한 나이키는 애플의 아이팟에 수신기를 연결하여 사용하는 장치를 고안한 것입니다. 물론, 손목밴드 형태로 시계와 같이 기록만 남길 수 있는 장치도 판매하고 있지만 아이팟이 있다면 수신기만 구매하면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애플의 아이팟이 플랫폼이 단순하고 소프트웨어가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MP3플레이어와 런닝화는 그 만남만으로도 굉장한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늘 듣던 아이팟에 리시버만 연결하면 되고 운동을 끝마친 후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기를 자신의 PC와 연결하면 아이튠즈를 통해서 운동 기록이 나이키 플러스 사이트로 전송됩니다.



운동중에는 아이팟을 통해 남아있는 운동시간과 페이스를 알 수 있고 운동을 끝마친 후에는 최종 보고서와 같은 내용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 중간 중간에 음악과 함께 음성으로 자신의 운동 기록을 알려주기 때문에 마치 개인 코치와 함께 운동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나이키 플러스는 애플과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운동이었던 달리기에 재미를 부여하고 동기까지 부여하였습니다. 나이키 플러스 사이트를 통해 공유 된 자신의 운동 기록은 '챌린지'라는 형태로 여러 사람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경쟁할 수도 있고 남녀를 나누어 그룹으로 경쟁할 수도 있습니다. 챌린지는 여러 사람이 뭉치면 뭉칠수록 재미가 붙기 때문에 '한국에 거주하는 남자와 여자, 누가 금주에 더 많이 뛰었나'와 같은 설정으로 챌린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나이키는 이러한 설정으로 재미있는 CF를 여러편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정우와 박시연을 기용하여 나이키 플러스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보면 나이키 플러스라는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이팟을 제외하고는 신발 등 제품에 대한 선전은 일체 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이키와 애플은 달리기와 음악과 같은 부수적인 장치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직접적으로 선전하면 거부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제품을 광고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구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매일 심심하게 달리기만 했었는데 음악도 들으면서 내 운동 기록도 관리도 할 수 있다니. 게다가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도전 과제도 즐길 수 있다' 라는 컨셉의 마케팅은 나이키와 같은 지구적 규모의 회사가 아니면 진행 할 수 없는 마케팅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에는 커다란 규모의 대회만한 것이 없습니다. 나이키는 2008년부터 '휴먼 레이스'라는 행사를 통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10km 달리기 대회를 진행합니다. 올해에는 서울, 뉴욕, 파리, 베를린, 멕시코시티, 도쿄, 광저우 등에서 각 도시마다 2만명의 참가자와 함께 달리기 대회를 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