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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샘터........о♡/유비쿼터스·RFID·USN

딩동~’ 문자메시지가 건강을 살펴드립니다

 

70세의 당뇨병 환자 김철수씨는 휴대폰에 피 한 방울을 묻혔다. 병원 단축키를 누르자 측정결과가 바로 병원으로 전송된다. 거실에 앉아 TV를 보던 중 화면에 주치의가 나온다. 의사는 혈당치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비뇨기 질환이 의심된다며 소변 검사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초소형 혈액 소변 분석기로 검사를 한 후 전송하자 곧바로 동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가라는 통보가 온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유헬스(U-Health)’가 IT(정보기술)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유헬스 시대의 도래’라는 보고서에서 “유헬스가 전자 및 IT업계의 블루오션(새로운 성장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제 어디서나 의사와 상담…유헬스 시대 온다

유헬스가 정착되면 의료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IBM은 최근 ‘헬스케어 2015’ 보고서에서 2015년쯤이 되면 유헬스가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에 완벽히 구축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때는 웬만한 질병은 가정에서 치료하거나 아니면 저렴한 비용으로 근처의 ‘소매’ 의료환경을 찾으면 된다. 또 진료 중심의 기존 대형 의료기관은 건강상태를 모니터하고 유사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주는 진료 ‘배분’ 센터가 된다.

유헬스 시스템의 가능성은 필립스의 ‘모티바(Motiva) TV’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필립스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고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모티바 TV는 가정과 병실, 의사를 무선단말기와 TV로 연결하는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다.

 

   ▲의료가 IT기술과 만나면 한국에 있는 의사가 조이스틱으로 미국에 있는 수술로봇을 조작해 원격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사진은 독일 최고의 심장센터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 심장센터 소속 심장외과 의사들이 수술로봇‘다빈치’로 환자를 검사하는 모습이다.

 


필립스가 작년 6월 싱가포르에 문을 연 ‘메디컬 러닝센터(medical learning center)’에 가면 병실과 가정 내 거실을 그대로 재현한 모티바 교육 시설이 있다. 당직 의사는 무선진료 단말기로 환자의 정보를 검색하고 환자의 상태를 살핀 뒤 출장을 간 전문의를 호출한다. 전문의는 손바닥만한 단말기로 환자의 정보를 검색하고는 TV 화면을 통해 병원 당직 의사에게 적절한 조치를 지시한다. 모티바 TV는 가정에도 설치될 수 있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의사와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유헬스 시장에 뛰어드는 IT기업들

유헬스의 가능성은 GE와 필립스 등 전자업체의 의료부문 매출이 급증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GE의 의료부문 매출은 2001년 그룹 총 매출의 8.4%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에는 10%인 165억달러(15조3000억원)로 늘어났다. 필립스도 1998년 그룹 총 매출의 6%에서 작년에는 24.8%인 67억유로(8조5000억원)로 급성장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의료 시장과 관련이 없던 IT기업도 유헬스에 뛰어들고 있다. IBM은 보험사와 병원을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과 개인 건강측정 등 다양한 유헬스 프로그램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의료 전문가시스템 전문업체 애직시(Azyxxi)를 인수해 의료정보 검색·공유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인텔은 2005년에 디지털헬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병원 전산화, 재택진료 등 디지털 헬스분야에 진출했다. 현재는 칫솔·신발·커피잔 등에 부착해 노인들의 행동정보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소형 무선센서 ‘모트(mote)’를 개발 중이다. 자식들은 모트 센서를 통해 부모의 위치와 행동을 단말기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친 부모를 발견하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원격의료로 한해 1조원 의료비 절감

유헬스 관련 사업은 서비스 성격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병원 안팎을 연결하는 정보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유병원(U-Hospital)’, 가정과 병원을 연결하는 의료시스템 ‘홈·모바일 헬스케어’, 그리고 일반인의 건강유지와 향상에 초점을 둔 ‘웰니스(wellness·건강)’ 군(群)이다.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는 홈·모바일 헬스케어군이다. 모티바처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미국의 경우 관련 시장이 올해 9억7000만달러에서 2015년 336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도 2005년 1168억원에서 2012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는 이미 혈당측정 기능이 갖춰진 휴대폰이 출시돼 환자가 검사결과를 전송하면 분석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

홈·모바일 헬스케어군은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원격진료 시스템을 통해서 만성질환 환자의 의료비를 27%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노인 의료비 5조6000억원(2006년 기준) 중 1조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운동화와 MP3의 결합도

유헬스의 병원판인 유병원의 대표적인 예는 2005년 삼성서울병원이 구축한 ‘모바일 호스피털’이다.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PDA(개인휴대단말기)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환자정보와 영상 이미지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난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대전 을지병원과 함께 전자태그(RFID)를 장착한 휴대폰으로 환자의 정보와 진료순서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KT는 올 1월부터 GC헬스케어와 제휴해 의사와 통화하며 건강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유헬스 건강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웰니스군은 일반인이 대상이다. 나이키는 올 7월 자사의 운동화와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였다. 왼쪽 신발 바닥에 센서를 부착해 사용자의 달리기 상황을 측정하고 팔에 차고 있는 아이팟 액정화면에 보여주는 장치다. 예전 기록과 비교·분석하는 기능도 있다. 이처럼 신발·의류업체는 IT기업과 손을 잡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법률 제도 정비가 선결과제

IT업계에서 성공의 기본 요건은 표준화다. 이미 지난해 6월 인텔, 삼성전자, 필립스, 모토로라, 파나소닉, 시스코, 샤프 등의 IT기업과 카이저, 파트너헬스케어 같은 보험회사, 의료장비 업체 메트로닉스 등 22개사가 유헬스의 민간 표준화 협력기구를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표준화 움직임이 더딘 편이다. 일단 현행 의료 관련 법률이 엄격해 유헬스와 같은 새로운 의료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또 원격진료의 허용 범위와 책임소재에 대한 제도도 정비가 안 된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헬스를 통해 노인의료비를 줄여나가는 미국 민간 의료보험을 참조해 만성질환자 모니터링,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등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유헬스의 핵심기술인 센서와 네트워크 분야에서 미국과 맞먹는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생명공학(BT) 기반도 강해 외국보다 더 뛰어난 검사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휴대폰 신화가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에서 시작됐듯, 국내 시장만 마련되면 IT와 BT가 결합해 세계 유헬스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키워드… 유헬스 (U-Health)

‘어디에나 있다’는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에 ‘건강(health)’란 말을 합친 것. 유·무선 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에 있든지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의료계와 IT업체들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입력 : 2007.05.17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