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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후문 봉원사…걷다가 뽀뽀하고 싶은 길

이대후문 봉원사…걷다가 뽀뽀하고 싶은 길

2008년 11월 14일(금) 오후 3:12 [매일경제]

 

가을햇살에 눈이 멀게 생겼다. 주말 오후, 연세대 뒷산에 있는 봉원사 근처를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부근의 산책로는 연세대 동문회관 앞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오후 서너 시쯤 그곳에 서면 마포나루 너머에서 쏘아대는 가을햇살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조차 없다. 그러면 해를 등지고 걸을 수밖에. 큰 길이 아닌, 뒷골목으로 걷다 보면, 대학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걷고 또 걷노라면 도심의 거친 사찰 봉원사의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연대앞, 이대앞 등이라 부르는 대학가는 주로 다운타운의 중심을 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운타운에 가보면 세상 천지의 모든 술집과 유흥업소가 죄 모여있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연세대 옆골목, 세브란스 병원 뒤쪽 길로 가보면, 고풍스러워서 오히려 새로워 보이는 대학촌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야 말로 대학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호젓하고 고즈넉한 길, 높은 가로수, 싸고 인심 좋은 맛 집들이 그렇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차려봤자 망할 게 뻔하기도 하지만, 서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

연세대 동문회관 옆에는 석란이라는 매우 오래된 한정식집이 하나 있다. 산책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석란을 마누보고 왼쪽 얕은 언덕길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굽은 길이 나온다. 이 길에는 오래된 주택과 근사한 먹거리집, 그리고 연세대 후문으로 연결되는 언덕, 또는 대학가 자취, 원룸촌이 즐비하다.

또한 높이 10m가 넘는 플라타너스, 포플러 나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거기에 계절이 주는 특유의 색깔이 있어서, 어쩐지 아무 골목이나 걷고 싶게 만든다는 신비의 길이기도 하다. 특히 가로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발광하는 가을잎사귀의 빛깔은 보행자의 마음을 흥분시키고도 남는다.

석란 뒷길에서 일자로 이어지는 길의 이름은 연대동문로이다. 그럴듯하기도 하고, 이게 무슨 이런 이름이 있나싶기도 한 이 일자로에는 매우 오래된 맛집 몇 곳과, 이 길을 상업지구로 생각하고 가게를 차린 레스토랑과 클럽, 찻집이 스무곳쯤 있다.

오래된 맛집으로는 일본에까지 그 명성이 자자한 효동각, 조금은 쾌쾌한 느낌의 지하카페 벼락맞은 대추나무, 설렁탕 하나로 수십년 동안 대학생들의 뱃속을 기름지게 만들어 주었던 고향설렁탕, 그리고 이 길의 터줏대감쯤 되는 곰탕 전문점 진솔곰탕과 이 길 최초의 경양식집으로 기록되어 있는 여우사이 등이 있다.

옛날에는 주로 마을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하던 대학생들을 상대하거나, 여학생을 꼬시려고 가벼운 주머니를 탈탈 털어 스테이크 한 점 썰기 위해 들어갔던 집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생 보다는 이 길이 좋아서 그냥 찾아온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어있다. 연대동문로를 지나치면 오른쪽으로 로터리 하나가 나온다. 금화터널과 연결되는 봉원고가차도 아랫길이다. 이곳에서 왼쪽 언덕으로 길을 꺾으면 봉원사로 올라가는 언덕이 나온다. 이곳은 그냥 평범한 언덕이다. 아주 오래 전에는 바람난 연대, 이대 학생 커플들이 봉원사 부근 은밀한 숲에서 뽀뽀라도 한번 해보려고 뜨거운 걸음을 옮기던 길이기도 하다.

언덕길 양쪽에는 대학생들을 겨냥한 원룸스타일, 또는 타운하우스의 외관을 흉내낸 다세대 주택과, 수십년 동안 붙박이로 살고 있는 담쟁이 넝쿨 울창한 고택 몇 채가 쓸쓸한 가을빛을 맞고 있다.

언덕길로 10분쯤 올라가면 봉원동로터리와 숙명여대를 오가는 7024번 버스 종점이 나오고, 그곳에 있는 바리게이트를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봉원사 입구가 나온다. 봉원사의 첫 느낌은 거친 자연이다.

이 절에는 수많은 화분이 있고, 그 화분 안에는 수생식물들이 가득하다. 전지하지 않은 채 와일드하게 자란 이파리들은 가을빛에 시들거나 앙상한 가지만 남았는데, 그것들을 꺽거나 인위적으로 다듬어주지 않기 때문에 생긴 풍경이다. 또한 절 앞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보호수 지정을 받은 300년 된 느티나무도 있다.

봉원사(奉元寺)는 신라 51대(서기 889년) 진성여왕 3년에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년)가 지금의 연세대(연희궁)터에 처음으로 지었던 것인데 이후 고려시대에는 고려말 공민왕대에 활약한 태고(太古) 보우(普愚) 스님이 크게 중창하여 도량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조성하여 당시 사람들로 부터 크게 찬탄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한산군(韓山君) 이색(李穡)에게 명하여 태고국사의 비문을 짓게 하고 스스로 국사의 문도(門徒)임을 자처하여 봉원사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 있으며, 태조 5년(1396)에는 원각사(圓覺寺)에서 삼존불을 조성하여 봉원사에 봉안하였고, 태조 사후에는 전각을 세워 태조의 어진(御眞)을 봉안하였다. 제14대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 당시 전각이 불타버린 것을, 17대 효중 2년(1651) 지인(智仁)대사가 중창했으나 동, 서 요사채가 다시 소실, 극령(克齡), 휴엄(休嚴) 두 스님에 의해 중건되었다.

그리고 고종 21년(1884) 발생한 갑신정변(甲申政變)의 주축을 이룬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 개화파 인사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이동인(李東仁) 스님이 5년간 주석하였던 갑신정변의 요람지이기도 했다. 그 뒤로도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몇 차례의 소실과 중건을 거듭한 끝에 오늘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현재 주지는 조환후 스님이고, 단청장이며 불화의 대가이신 만봉스님이 머물고 있다.

봉원사는 입구에 삼천불전이 있으며, 오른쪽 종각까지 가는 길에는 불자들이 기증한 16 나한상이 각자의 독특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마치 네팔의 깊은 산중에 와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종각 뒤로는 대방이 있으며, 넓은 마당 동쪽으로는 대웅전, 명안각, 운수각, 전씨명각이, 그 뒤로는 명부전, 극락전, 미륵전, 칠성각이, 더 올라가면 만월전을 지나 관음바위에 이르게 된다. 봉원사 안에는 차방도 있는데, 봉원차, 대추차 등 차와 호박죽 등을 맛볼 수 있다.

연대동문길 맛집
석란
1981년에 문을 연 한정식집이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손님과 함께 가도 무척 좋아할 정도로 맛과 서비스가 대단하다. 석란정식, 반가정식, 궁중정식, 주반상, 선정식 등 다섯가지 코스가 있는데, 모두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곳이다. 가격은 2만8천원에서 6만원까지. 02-393-4690 www.sokran.co.kr

딸기골분식
순두부백반 3천원, 오무라이스 3천3백원, 치즈김치순두부 3천8백원, 돌솥밥 3천8백원, 라면 2천5백원, 된장찌개 3천원…. 대학가 분식집 답게 싸고 또 싼 분식집이다. 문 연지 30년도 넘은 이곳은 지금의 50대들도 들락거렸던 유서깊은 곳이다. 맛은 분식집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은 편.

효동각
대한민국에서 자장면으로 둘째가라면 문을 닫아버릴 태세인 집. 25년 전통의 효동각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 맛을 내는데, 그 담백한 맛이 국내는 물론 일본에도 소문이 난 곳이다. 원조볶음자장, 원조쟁반짬특면, 깐풍새우, 소고기탕수육 등이 대표 메뉴다. 일요일은 쉰다. 02-362-1177

프린스턴스퀘어
토론, 회의, 친교, 연구, 독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북카페다. 도서의 종류가 다양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많은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다. 1998년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10년이다. 1층은 일반 북카페이고, 지하에는 최대 80명까지 회의를 할 수 있는 세미나실을 분리, 16인용 1곳, 10인용 2곳, 8인용 1곳을 준비해놓고 있다. 유무선 인터넷 가능하다. 02-393-5171 www.princetonsquare.co.kr

고향설농탕
예전에는 설렁탕과 수육 등만 팔았었는데, 지금은 생선 메뉴를 추가했다. 설렁탕 7500원, 도가니탕 1만원, 수육과 도가니수육도 있다. 생선은 백반과 북어찜, 그리고 갈치조림이 있다. 원래부터 깔끔한 집이어서 대학생들 뿐 아니라 많은 손님들이 찾는 전통 깊은 식당이다. 02-313-3784

벼락맞은대추나무
대학가 뒷골목의 전형적인 카페다. 단정하지는 않은 대신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음료, 술과 간단한 안주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누가 캠퍼스 카페 아니랄까봐 옛날 학사주점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있다. 02-313-1433

진솔곰탕
비교적 맑은 곰탕을 내는 집이다. 곰탕하면 우윳빛 국물을 생각하기 쉬운데, 진솔곰탕의 국물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담백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고소한 맛까지 일품이어서 곰탕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나 여자 손님들이 많은 집이다. 02-362-6665

제시카 키친
11년 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꽃게와 고소한 크림 맛이 어우러진 꽃게 스파게티가 이 집의 대표 메뉴. 피자와 파스타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집으로 손님이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음식을 만들기 시작, 언제나 신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집이다. 02-312-6947

핀 finn
퓨전 일식집이다. 초밥이 정말 맛있는 곳이다. 초밥에 사용하는 회의 선도가 대단하고 밥의 양이 적어서 먹기가 좋다. 주문을 하면 바로 나오는 현미 녹차는 전문 찻집 뺨 칠 정도로 구수한데, 제대로 볶은 현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이다. 02-364-4858

본까스
일본식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돼지고기 안심살로 만든 히레까스 정식, 프리미엄 로스까스, 메쉬드포테이토와 슬라이스 치즈, 로스육이 적절히 조화된 스위스까스 정식이 심플한 인테리어가 세련된 곳이다. 02- 364-2939

다미칼국수
10여 년째 이곳에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만들고 있는 집이다. 입에 짝짝 달라붙는 맛 때문에, 대학시절 이곳을 즐겨찾던 사람들이 졸업 후에도 가끔 찾아가는 집이 되어있다. 대학가답게 싸고 빠르고 맛있는 게 특징. 02-392-5342

라본느타르트
가정식 타르트를 맛볼 수 있는 곳. 블루베리 치즈 타르트, 사과 타르트가 인기 메뉴다.
마가린과 쇼트닝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밀과 유정란, 앵커버터, 무농약 쌀조청, 유기농과 친환경 농산물인 호박, 고구마, 사과, 딸기 등 안전한 식재를 사용하는 곳이다. 02-393-1117

쉬즈가든
파스타집이다. 대학생 보다는 일반 성인을 겨냥한 집으로 보인다.
가격이 보통 1만4천원 선이다. 차를 포함한 가격이지만 학생들에게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맛과 분위기, 서비스를 생각하면 아까운 돈은 아니다. 해물스파게티, 오징어먹물그라탕 인기가 좋다. 02-363-9618
[이영근 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54호(08.11.2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