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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간 칸막이식 규제가 통신경쟁력 `발목`

역무간 칸막이식 규제가 통신경쟁력 `발목`

통신사업 역무 및 사업자 분류제도 개선방향

EUㆍ일본등 주요국가 프레임워크 개편
융합환경은 수직보단 수평규제가 대세
기간 ㆍ 별정사업자간 차별 완화도 필요



통신사업 역무 및 사업자 분류제도 개선방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동욱 통신정책연구그룹장

정부는 지난 7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작년 말부터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통신규제 로드맵의 주요 방향을 담고 있다. 이번 사업법 개편을 시작으로 향후, 우리나라 `통신규제틀'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통신서비스의 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의 자연스러운 발전 추세를 수용하고 시장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규제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업법 개정안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분류제도 개편과 통신규제 기조의 변화 등 향후 중요한 정책방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는 과거 3차에 걸친 통신시장 구조개편에 비견되는 큰 변화로, 1997년 제3차 통신시장 구조개편 이후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규제틀' 개편작업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역무별로 상이한 수직적 규제◇

현 전기통신역무는 기간통신역무와 부가통신역무로 구분된다. 기간통신역무는 시내ㆍ시외ㆍ국제전화 역무,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공하는 역무, 인터넷접속 역무 등 총 7개 역무로 구성된다. 통신사업자는 역무와 설비설치 여부를 기준으로 기간통신사업자, 별정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로 구분되는데,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면서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 타 기간통신사업자의 설비를 이용해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별정통신사업자라고 한다.

이러한 사업자분류는 설비기반 경쟁철학을 반영한다. 기간통신사업자는 별정통신사업자에 비해 허가, 출연금납부, 요금규제 등 비교적 많은 규제를 받는 반면 상호접속, 가입자망 공동활용 등 타인의 설비를 비용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또한, 역무의 중요성, 경쟁환경, 설비투자 유인 등을 고려해서 역무별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는다.

경쟁도입이 어렵고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시내전화역무와 유효한 경쟁이 가능하고 망 고도화가 필요했던 이동전화역무에 대해서는 다른 형태의 규제가 적용됐다.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서비스가 고도화된 배경에는 역무별, 사업자 형태별로 맞춤형 규제를 적용한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역무별로 상이한 규제를 적용하는 규제체계를 수직적 규제체계라 한다. 역무별로 맞추어 규제를 재단했던 기존 규제체계가 효과를 얻으려면 역무간 경계가 뚜렷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직적 규제체계는 네트워크별로 서비스 구분이 명확한 기술적 환경을 전제로 한다.

◇융합환경은 수평규제가 대세◇

네트워크가 완전 IP(All―IP)화 하면서 하나의 망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 가능해졌다. 인터넷, 광대역이동통신 등 많은 통신서비스가 기존 통신역무로 인식되는 경계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면서 역무간 중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융합화는 기존 수직적 규제체계의 전제 조건에 배치된다. 한 예로 음성서비스인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는 다른 네트워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서비스로 시장에서 인식되면서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첩되는 역무간 규제의 형평성 문제는 융합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역무침해 논란은 혁신적인 신규서비스의 도입을 지연시키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중첩되는 역무에 대해 현재의 칸막이식 규제를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대한 동기유발이 어렵고 신규 사업자와 서비스의 원활한 진입과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융합화를 반영해 통신규제 프레임워크를 개편하고 있다.

수평적 규제체계의 철학을 기반으로 기존의 역무별 수직 규제체계를 네트워크와 콘텐츠 등 포괄적인 계층으로 전환시키는 수평규제체계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세분화된 역무 분류체계를 광역화하고 진입을 대폭 자유화하는 추세이다.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는 시장중심의 경쟁정책을 운영하고 있거나 이를 지향하고 있다.
◇융합ㆍ경쟁 촉진 위한 역무통합법◇

국내에서도 기술과 시장의 진화에 맞춰 신규 융합서비스를 수용하고 통신시장 전반에 걸쳐 경계 없이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칸막이식 서비스 구분을 완화하고 진입규제를 대폭 낮추는 법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간통신역무를, 전자기호를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화 없이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전기통신 역무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서비스를 수용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역무를 세분하던 방식에서 역무를 통합해 포괄적으로 기간통신 역무를 정의함으로써 칸막이식 규제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내에서는 우선적으로, 현 7개 역무를 전송역무,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공하는 역무, 전기통신회선설비 임대역무의 3개 역무로 통합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이 금년 12월에 시행된다. 이와 더불어, 궁극적으로 모든 역무를 단일 역무로 통합하는 사업법 개정안이 현재 입법예고 되어있다. 역무를 통합해 광역화함으로써 허가를 받으면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역무침해 문제가 해소된다. 기존 세부역무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도 이제는 자유롭게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역무통합, 규제 틀 근본적 변화◇

기간통신역무가 단일화되면서 허가도 종합허가의 체계로 변화된다. 통신사업자는 역무별로 모두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한 번의 허가로 모든 전기통신 회선설비를 설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허가기준도 완화되어 설비규모, 기술개발 실적 및 지원계획 등을 삭제하고 역무제공 계획 이행을 위한 재정적ㆍ기술적 능력, 이용자 보호계획 등으로 최소화할 계획이다.

상호접속, 요금규제 등 현재의 통신규제가 역무를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역무가 단일화되면 통신규제의 단위에도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시장진입 때 분류된 역무가 모든 규제의 공통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에 개별규제 환경에 맞게 정책수단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역무구분이 소멸되면서 이제는 진입규제와 행위규제를 완전히 분리해 진입은 자유롭게 하고 각각의 규제는 그 목적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것이다.

EU에서처럼 사전적으로 시장을 확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경쟁상황 평가, 규제기준 및 적용범위를 정하는 등 경쟁정책을 보다 선진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프레임워크가 명시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허가제도가 소멸되고 진입이 완전히 자유화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역무통합으로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 기간통신사업자이지만 특정 서비스에 대해 별정통신 형태의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의 형평성과 허가제도 완화 이후, 안정적인 제도전환을 위해서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간 차별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법 개정안에는 약관신고ㆍ회계분리ㆍ상호접속ㆍ설비제공 등의 규제에서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간 지위에 따른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역무단일화와 결합서비스 규제완화로 시내전화, 이동전화 등 주요한 서비스의 접근성 보유여부에 따라 시장에서의 사업자간 경쟁력이 변화할 수 있다. 재판매 규제 도입은 분류제도 개편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역무통합과 병행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분류제도 개편은, 직접적으로는 통신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규제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역무통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도변화 자체에서 직접적으로 발현되기 보다는 역무통합이 지향하는 규제 프레임워크의 변화와 이에 따른 허가제도, 접근제도 등 개별규제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분류제도의 개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평가는 향후 진행될 개별규제의 개편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