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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과 웹

유니버설 디자인과 웹



생활 속의 웹(The web in life)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의식주에 결함(Defect)이나 장애물(Barrier)이 있게 되면, 삶 자체를 영위하기 어렵게 된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이용하는 제품이나 환경은 기본적으로 보편성(Universality)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주 중에서 보편성이 가장 강조되는 것은 아마 ‘주(住, 주거환경)’일 것이다. 주거환경은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선택을 되돌리기 어렵다. 그 만큼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건축 분야에서 태동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웹의 역동적인 변화를 지켜보면 앞으로의 웹은 의식주처럼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로 자리잡게 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웹은 생활환경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웹을 이용하지 못하면 생활 상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앞으로의 웹은 보편성이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이며,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머지 않아 학문, 기술, 제도적 차원에서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생활 속의 웹(The web in life)이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웹 디자인의 가치명제는 사용자의 ‘삶(Life)’과 연결되어야 하며, 이에 걸 맞는 웹 디자인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굳이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User-centered Design)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디자인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사용자가 누구인지(Audience), 목적은 무엇인지(Purpose)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이용하는지(Context) 알아야만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조사가 선행되어야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사용자 조사는 디자인 프로세스에 있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용자 조사를 포함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는 전체적으로는 0.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즉, 사용자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용자 조사를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용자가 누구인지부터 고민해 보자. 우리는 대개 사용자를 마케팅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의 정보 구매력을 중심으로 사용자 니즈(Needs)를 이해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트는 무엇일까, 어떻게 디자인해야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을까 등 이런 것들을 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는 고객 이전에 자연인(개인)이다. 마케팅 관점으로 바라보기 전에 인간으로써의 기본권을 배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특정 조건에 의한 사용 제한 여부와 시각, 청각, 근력, 인지 장애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최적의 조건과 상황에서 웹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상으로 삼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모르긴 몰라도 최적의 조건과 상황을 갖는 사용자가 그 대상은 아니더라도 사용 상의 장애가 없는 사용자, 즉 평균 사용자(Average User)를 대상으로 삼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비추어보면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은 결국 일부 사용자만을 위한 디자인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들은 아래와 같은 조건 또는 상황에 처해 있다.

- 사람들은 다양한 성능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 사람들은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다.
- 사람들은 마우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 사람들은 시각 장애, 청각 장애가 있을 수 있다.
- 사람들은 근력 장애가 있을 수 있다.
-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 사람들은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 사람들은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등…

위의 내용은 아주 일반적인 장애 조건과 상황을 기술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다양하고 특수하다. 이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선 보편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한 첫 걸음은 사용자 범위를 조금씩 넓혀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웹 접근성과 유니버설 디자인

일반적으로 웹 접근성과 유니버설 디자인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웹 접근성은 개념(좁은 의미로는 ‘속성’), 유니버설 디자인은 방법론이자 철학으로 볼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위해 요구되는 여러 개념 중의 하나가 웹 접근성인 셈이다.

우선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에 대해 알아보자. W3C의 웹 접근성 주관 단체인 WAI(Web Accessibility Initiative)에 따르면, “웹 접근성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웹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Web accessibility means that people with disabilities can use the Web)”라고 요약하여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웹 접근성의 주요 대상은 장애가 있는 사용자이며, 웹 접근성의 목적은 웹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WAI는 웹 접근성이 구현된 웹은 비장애인과 고령자에게도 사용 상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지만, 이것이 웹 접근성의 목적은 분명 아니다. 다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상은 모든 사람들이다. 따라서 더 많은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에 더 많은 디자인 속성을 포함한다. 웹 접근성은 웹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속성이다. 다시 말해, 웹 접근성은 웹 콘텐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므로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것인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사용성(Usability)이다.


여하튼 사용자 계층 중에서 장애인과 고령자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게다가 가장 만족시키기 어려운 계층이기도 하다. 그래서 웹 접근성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논함에 있어, 장애인과 고령자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시 되고 있다.


동등한 접근과 보편적 접근

동등한 접근은 장애 유무와 상관 없이 웹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가지지 않은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즉, 동등하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공해야 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 장애는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경우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경우는 서로 다르다. 전자는 동등한 접근(Equal Access), 후자는 보편적 접근(Universal Access)과 관련 지을 수 있다. 따라서 보편적 접근(유니버설 디자인의 목적)을 통해 동등한 접근(웹 접근성의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웹 접근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보편적 접근에 대한 시각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즉, 문제가 없는 웹 사이트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며, 예방보다는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위한 분석 프레임워크

유니버설 디자인 프로세스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용자와 사용환경의 다양성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물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프로세스라면 이미 사용자와 사용환경을 면밀히 분석하므로 별도의 프레임워크를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용자와 사용환경에 대한 분석이 심층적이면, 굳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대안들을 타당한 논리에 의해 선정하여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본다.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위해선 사용자와 사용환경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하나의 문제점에 여러 개의 해결책이 제공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보다 많은 이론과 사례를 수집해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분석 프레임워크


제언

유니버설 디자인은 보편성을 추구한다. 보편성은 사실과 상식에 기초하며, 이를 통해 누구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환경을 디자인할 수 있다. 사실 디자인 리서치나 원칙은 보편적인 틀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 디자인은 실용성을 전제로 존재하므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다면,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익하다고 본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접근성과 사용성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용자 만족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용자 만족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그럼에도 현실을 바라보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아직은 요원한 일이며, 시간, 비용, 역량 그리고 마인드 부재와 같은 장벽과 저항이 존재하는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추구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사회보장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제도에 의해 이끌리기 보다는 자생적으로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과 장애인과 고령자만을 위한 디자인 방법론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위 내용은 ‘월간 웹’ 2007년 4월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임.

 

출처 : 웹접근성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