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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안하면 차별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하지 않다.’(헬렌 켈러) 그러나 앞으로 장애는 불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편하지도 않는 날이 올 수도 있다. 2008년 4월10일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장차법)이 시행되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 같다. 

 

A씨는 시각장애인 교사인데, 민간교육기관으로부터 인터넷으로 독서지도사 연수를 받고 있다. 이 교육기관은 장애인에게도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연수방법이 교재중심이지만 점자교재가 없어 A씨의 경우 연수를 받을 수가 없게 됐다. A씨는 최근 인권위 상담전화를 통해 교재 없이도 연수가 되도록 강의하거나 교재를 점자로 만들어 시각장애인도 연수를 받도록 개선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B씨는 시각장애 1급으로 ○○대학교에 편입하려고 하는데 최근 대학측에 시험시 확대문자를 제공하고 시간을 더 배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확대문자는 해줄 수 있지만 시간은 배려할 수 없다고 했다며, 장애인 차별로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는지 상담했다.

 

인권위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합리적인’ 또는 ‘정당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을 하지 않으면 헌법 제12조 평등권 침해에 의해 차별행위로 판단하여 개선권고하고 있다. 인권위가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과 관련하여 권고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방송대 청각장애인 학생의 출석수업시 수화통화를 제공할 것, ▲ 새마을호 열차 탑승시 전동휠체어를 이용한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 ▲ 공무원임용 필기시험에서 시각장애인 수험생을 위한 적절한 편의제공을 할 것, ▲ 주주총회 개최시 시각장애인 주주에게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도록 점자 등으로 변형된 형태로 자료를 제공할 것 등이다. 따라서 A씨와 B씨의 경우도 인권위에 진정한다면 장애인 차별여부에 대해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다. 이 경우 인권위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정당한 편의제공’은 국제장애인권협약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제규범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안 제정 노력의 결과 지난해 제정되어 2008년 4월10일 시행되는 장차법에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 따라서 제공의무자의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지 아니하는 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는 차별행위로 판단받게 된다.

 

장애의 문제는 단지 생활하기에 불편한 것일 뿐,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의 측면에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달리 대우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접근할 때 해법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 다만 그에 수반되는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협약과 장차법에서도 ‘정당한 편의제공’의 한계로 ‘터무니없고 과도한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로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터무니없음’과 ‘과도성’의 판단기준이 무엇일까? 4월10일 장차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장애인에게 편의제공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인권위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여 차별행위로 진정한 경우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것이다.

 

인권위는 장차법상 ‘정당한 편의제공’ 관련 판단지침을 수립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차별판단지침과 함께 외국사례를 검토하고 제도적 적용 여부, 위원회의 조사시 판단지침 등을 도출해 적용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인식일 것 같다. ‘정당한 편의제공’만 하더라도 비용의 문제라면 결국 우리사회의 경제적 수준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수준이 아무리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장애인 문제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차법 제정 자체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긍정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하면 어떨까?

 

출처 : http://blog.naver.com/nhrck/9443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