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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샘터........о♡/마케팅·경영전략

퍼플 오션 전략

퍼플 오션 전략

불황에도 성공하는 기업의 비밀, 그 전략으로 기존의 블루오션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인 퍼플오션을 소개하는 책이다. 구글, 루이비통, 셈코, 낫소스 등의 기업 사례를 통해 한때 세계 경제계에 최고의 화두가 되었던 블루오션을 응용한 이론과 함께, 블루오션 개척에 있어서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레드오션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차별화 측면을 강조한다.

 

인현진 지음

 

퍼플 오션 전략

인현진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 2009 7 / 212 / 13,000

 

저자 인현진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남다른 관심과 도전 의식을 갖는 저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호주BOND 대학에서 국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았다.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마케터로서 6년간 근무했으며 하이네켄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2003년부터 고운세상네트웍스 마케팅, 운영 총괄이사로 재직했다. 이때 <줌마델라> <노무족> 등 새로운 관점에서의 마케팅 트랜드를 정의하여 시장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현재 Trust&Value라는 의료경영회사 운영과 인비절라인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마케팅 브랜드>라는 과목으로 서울대, 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EASTGO(blog.naver.com/jimbo6810)라는 브랜드&경영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디컬브랜드마케팅』(2008)이 있다.

 

Short Summary

전략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한 필수조건들에 대하여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한 블루오션 전략. 세계적인 경영학자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이 공동 집필한 『블루오션 전략』은 2005년 발간 이후 182개국에서 3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었다. 『퍼플오션전략은 이러한 블루오션을 응용한 이론으로 블루오션 개척에 있어서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레드오션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차별화 측면을 강조한 이론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퍼플오션전략'의 퍼플은 블루와 레드를 같은 비율로 섞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라색에서 따온 이름으로 블루오션과 레드오션 전략의 장점을 조합한 개념이다.

 

본문은 블루오션을 넘어 퍼플오션 전략으로 생존하고 성장해 가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친숙한 브랜드인 구글, 루이비통, 맨유 등의 기업을 비롯해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아이데오, 셈코, 낫소스 등 창조적 마인드나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를 선점한 세계 속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공통분모를 실현하며 진정성이 담긴 공짜 철학으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창조한다. 셈코는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고 스스로 출근할 날짜와 시간을 택하게 하며 매해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루이비통은 당신은 소중합니다라고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트렌드에 부합되는 패션 감각과 명품의 가치로 럭셔리 브랜드 평가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천 사례들은 평범한 것을 비범한 가치의 존재로 재창조해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살아남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차례

 

1. 심장으로 디자인하다 - 아이데오

마천루에 매달린 두 바퀴의 아이디어 / 소통(Communication)하면 방법(Method card)이 나온다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후손들 / 장바구니(Smart Cart)에 혁신(Innovation)을 담다

명사가 아닌 동사(ing)로 디자인하다 / 디자인은 창조적 비즈니스의 영혼이다

 

2. 셈코는 구글의 원조였다 - 셈코

삼바의 나라에 초일류 기업이 있다. / 뺄셈(-)의 경영 방정식 / 셈코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다.

셈코는 자발성의 싱크탱크 / 잭웰치를 거부한 CEO / 내 퇴직금을 사세요 / 셈코는 구글의 원조였다

 

3. 차원이 다른 공짜기업 - 구글

공짜로 버스를 타다 / 차원이 다른 공짜 경제학 / 공짜에 철학을 담다 / 브랜드를 공짜로 구축하다

198조원의 공짜 점심 / 공짜에 진정성을 담아라

 

4. 21세기 봉이 김선달, 탄소기업 - 낫소스

탄소를 사고파는 기업, 낫소스 / 낫소스는 어떤 기업인가. / 온실 배출량을 어떻게 사고판다는 건가

배출량을 초과하면 어떻게 될까 / 또 다른 비즈니스, 공익적 탄소 배출권 확보

탄소 시장의 미래와 낫소스 / 선도자의 법칙, 그리고 타이밍

 

5.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루이비통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 패션은 욕망이다 / 가방에 인간의 본능을 담다 / 욕망이라는 이름의 꽃과 벌

화려한 향기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 루이비통의 남자, 마크 제이콥스 아트(Art)를 만나다

007, 제임스 본드 루이비통과 여행을 떠나다 / 난 당신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어요

 

6. 병원의 약병,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 압솔루트 보드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다 / 돌연변이 링거병, 코카콜라와 만나다 / 한잔 술에 격()을 세우다

숨은 그림 82개의 미학을 찾아라 / 평범함에 진(), (), ()가 담기다

처음처럼(?) 명예의 전당에 입성(入城)하다

 

7. 우리 은행의 경쟁사는 리츠칼튼 호텔입니다 - 움프쿠아 은행

스타벅스 같은 은행(Bank like a Starbucks) / 은행원이 일하는 스타벅스, 움프쿠아

공간의 미학(Do not sell money and selling the Experience)

먹고 마시고 즐기다(Enjoy! Surfing)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May I help you, Sir?)

거꾸로 보고 뒤집어도 보자(NOWHEREISDREAM)

 

8. 팝콘과 맥주 대신 이야기를 팔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한 권에 530만 원짜리 책 / 26 & 584 & 1796 / 북위 53도 서경 2도에 위치한 콜로세움

9900원 박지성 세트 메뉴 주세요 / 90분에 4500만 원을 받는 사나이 / 3억 명의 지구촌과 소통하다

호모나랜스의 시대

 

9. 병원은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이다 - Raffles Medical Group

밥을 짓는 CEO / 병원이야? 호텔이야? / 싱가포르의 합리적인 의료

호스피테인멘트(Hospitainment) / 창조성도 돈(Money)이 되어야 한다.

타고난 장사치? 아니 탁월한 마케팅 전략가 / 병원도 의식주(衣食住), ()()()이다 

 

 


 

퍼플 오션 전략 

인현진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 2009 7 / 212 / 13,000

 

심장으로 디자인하다 - 아이데오

 

전 세계의 이노베이션 공장이자 세계의 디자인 트렌드를 리드하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데오는 매년 2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그룹으로 400여 명 이상의 디자이너가 제품별로 나뉘어서 일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아이데오는 기업들의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3,000개 이상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또 제품, 공간, 서비스 그리고 경험적 가치까지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아이데오는 단순한 디자인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파워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이노베이션으로 표현되는 기업브랜드 파워까지 가진 기업이다. 아이데오 디자인의 철학은 기술적(technical), 인간적(human), 사업적(business) 요소 간의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들의 경험과 행위, 지각적 특성 및 욕구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은 디자인&혁신 회사로서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단순히 미학적이거나 건축적인 디자인과 제품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innovation Process{(혁신프로세스):(Understanding:이해 > Observe:관찰 > Synthesize:종합 > Visualize:시각화 > Realize:파악 > Refine:정제 > Evaluation:평가 > Communication:소통 > Implement:실행)}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직원들은 이 같은 기본적인 룰을 통해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기고 사무실 사방에 기록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극대화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아이데오의 창의적인 디자인 원동력은 소수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에 의존한 것이라기보다는 직원들의 유쾌한 소통(communication)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아이데오는 디자인을 명사가 아닌 동사에 초점을 맞추어라라고 말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데 제품 자체만을 두고 어떻게 시각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순간 시간만 소비하고 길을 헤매기 쉽다는 것이다. 아마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생각하는 방식은 물건이라는 1차원적인 접근이 아닌 경험이라는 가치를 디자인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점이 아이데오가 창의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칭송받는 이유가 아닐까. 최근 아이데오가 시장에 내놓은 작품 중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 뉴욕 대형 매장의 드레싱룸도 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옷을 입어보기 위해 드레싱룸에 들어가면 매직 거울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 장착된 카메라는 손님의 뒷모습을 촬영해 4초 뒤에 보여준다. 새 옷을 입은 자신의 뒷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뒤돌아서 거울을 향해 고개를 힘들게 돌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느 비 오는 날 배를 채우기 위해 그렇고 그런 식당에 주차하다가 발레 파킹하는 직원이 우산을 입구까지 받쳐주는 센스에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서적인 경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프라다의 사례는 아이데오가 단순 디자인 차원을 넘어 인간을 분석하는 디자인 기업이라는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디자인은 음악, 예술과 더불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창조물이다. 아이데오는 디자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기에 이미 기본적으로 창조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이데오를 보면 다른 디자인 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발견된다. 아이데오는 디자인을 인간이 만든 '영혼의 쉼터'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데오가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인 디자인 기업이 된 것이다. 아이데오의 모든 디자인은 영혼의 쉼터라는 인식이 문화로 존재했기에 남들이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전혀 다른 이질적인 인문학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십수 년 동안 일관되게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과론적으로 아이데오가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결정적 핵심은 디자인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이자 영혼이기에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디자인의 시작이다라는 인간중심의 가치를 수용한 점과 현실에서도 일관성 있게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확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 하면 외관을 떠올리며 아직도 디자인을 '마무리 포장' 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중심에 있다고 본다.

 

셈코는 구글의 원조였다 - 셈코

 

지구 저 반대편 삼바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50년간 무한 자유에서 창조를 지향하는 다분히 인본주의적 기업문화로 경영하며 성공한 기업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그 기업은 바로 셈코(SEMCO)이다. 셈코의 직원들은 스스로 출근할 날짜와 시간을 택한다. 골프를 치고 싶은 이는 평일 골프장을 들락거리다 주말에 출근하면 된다. 그 흔한 인사관리 담당 부서도 없다. 신입사원은 1년간 회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그러다 정말 하고 싶은 업무를 찾아내 하면 된다. 보고서도, 결재 시스템도 없어 회의를 열 때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한다. 사장이 회의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것 아니냐라고 걱정하다가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라며 직원들에게 쫓겨나는 곳, 직원들이 사업 거부권을 지닌 곳이 바로 셈코이다. 셈코가 선택한 원칙은 경영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 출발점은 직원들에 대한 통제의 포기와 일에 대한 타율적 관리의 제거이다. 셈코는 자율적으로 일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믿었고 그러한 선한 본성에 의지하지 않고는 높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을 중심으로 자율과 창의를 위한 업무환경의 구축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이 절대적이었다고나 할까. 근무 시간과 업무 진행 등에 대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직원들 스스로일 것이다. 셈코는 충성보다는 자율과 창의, 더 오래 일하기보다는 더 즐겁게 일하기를 선택했다. 셈코는 통제의 포기와 무한자유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기업이라는 표현보다 무질서가 곧 기업 철학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한 곳이다. 셈코에는 공식적인 조직구조가 없고 실제로도 조직 구성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계획도, 기업전략마저도 없다. 있다 하더라도 수년에 걸친 중장기 계획이 아니라 최대한 6개월 정도 수준의 계획이 전부이다. 그렇다 보니 장기 예산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셈코는 지난 25년간의 통제권을 모두 포기하고, 모든 직원을 통제하는 경영관리의 요소들을 집요하게 제거하는 마이너스(-) 경영 방정식을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망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직원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셈코의 창의적인 성공이 단순히 직원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부터 새로운 사업 영역 개발을 위한 '셈코 벤처(Semco Ventures)'를 설립하면서 이들의 성장속도는 가속화되었다. 비즈니스에 있어 성장만이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가?"라는 질문에 셈코는 "프로세스에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만을 추구한다라고 말한다. 남들이 글로벌적인 시장개척과 전략적 배치를 이야기하며 익숙하게 잘 해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소홀히 할 때 셈코는 오히려 현재 하고 있는 분야에 완벽을 가하는 역발상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취해왔다. 셈코는 성장위주 대신에 시장상황에 맞는 적합한 규모를 찾는 데 집중했다. 셈코는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도 사업의 연계성을 염두에 두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뿐만 아니라 똑똑하며 작고 강한 비즈니스 전략을 추구하는 셈코는 철저히 외국회사들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어 브라질 내에서 시작할 때부터 공동 개발 방식을 취해 왔다. 이를 통해서 셈코는 초기투자 비용을 줄였고 리스크를 공동 분담하며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시너지를 유도하는 똑똑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오랜 파트너 관계를 맺어 온 회사들은 아직까지 그들의 비즈니스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브라질에서 반부패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셈코였기에 윤리적인 차원에서도 파트너기업들에게 신뢰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영의 대가 게리하멜 교수는 최근 발간한 『경영의 미래』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사람중심의 경영기법을 소개한 바 있다. 고어와 미국의 유기농 체인 식품점인 홀푸드마켓, 구글 이렇게 세 곳을 모범 기업으로 꼽았는데, 아무래도 세계 경제가 미국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흘러가다 보니 그가 선정한 기준도 큰 맥락에서 이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매체를 통해 '구글 보다 더 급진적인 회사'가 있는데 바로 브라질의 제조회사 '셈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 최근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는 환경 속에서 구글의 신선한 기업 문화에 대한 행보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로 보나 뭐로 보나 지금 구글의 탄생 배경에는 삼바의 나라 브라질 기업 셈코라는 선배가 먼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아직까지 직원들을 통제와 위협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일쑤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직원의 자발성과 창의성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라면 걱정부터 먼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셈코'를 단순히 연구해볼 만한 대상이 아닌 경영을 위한 지침으로 바로 실행에 옮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21세기 봉이 김선달, 탄소기업 - 낫소스

 

낫소스(NatSource)라는 기업은 아무도 돈이 될 거라 생각지 못한 탄소거래와 같은 낯선 기후 비즈니스를 가지고 10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했다. 낫소스는 2001년부터 매년 기후변화와 관련된 비즈니스에 대한 포괄적 시장 예측 자료를 생산해 UN산하의 국제 금융기관인 세계 은행에 탄소시장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탄소시장 거래규모와 탄소관련 매매를 통한 수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제시,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탄소시장의 전반적인 규제와 기타 예측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반드시 줄여야 하는 환경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체 비즈니스에 따라 직접적으로 탄소 배출권에 대한 수요자가 되기도 하고 배출권을 파는 공급자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결국,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에 낫소스와 같은 탄소관련 컨설팅 회사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흔한 말로, 관련 시장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고 있는 낫소스의 진면목은 이제부터가 아닌가 싶다. 2005년이 되어서야 이슈화된 청정개발체제(CDM)보다 수년 앞서 먼저 시장에 등장한 낫소스, 당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기후변화라는 이슈와 흔하디 흔한 이산화탄소라는 아젠다를 미래 비즈니스로 연계한 통찰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새로움이라는 창조와 창의적 시작은 우리 주변에 산재한 이슈들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즉 유연한 시각과 발 빠른 실행에 따라 180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사소한 비즈니스 이슈라도 이를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한 아젠다들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과 접목된다면 이에 따른 비즈니스의 영향력은 상상보다 엄청날 것이다.

 

낫소스가 세계은행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탄소시장 거래규모가 2007년 기준 640억 달러라고 한다. 이는 2006 312억 달러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낫소스는 2010년경에는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탄소시장의 미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Post-2012 기후변화 체제에서도 탄소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낫소스의 비즈니스 미래는 전망이 밝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체 생산 공정 개선, 배출권 거래 및 CDM 사업 등의 활용이 급증하면서 관련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다각적인 시도가 향후 50년간은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현명한 기업들의 노력 속에서 적어도 낫소스는 의도하지 않은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다.

 

탄소기업 낫소스의 이같은 성공에는 몇 가지 남과 다른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는 기후변화가 미래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될 거라는 확신과 통찰력을 가졌다는 점과 두 번째로는 이산화탄소(CO2), 온실가스가 돈이 될 거라는 탁월한 아젠다를 발굴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탄소라는 아젠다를 비즈니스에 접목하고자 하는 생각을 지구상에서 낫소스만 했겠느냐 말이다. 낫소스의 기후변화와 미래 예측에 대한 통찰력이 지금의 시점에서 창조적 가치로 인정되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와 탄소라는 사업적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 실체로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라는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을 실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마케팅에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는 자기에게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잠재 고객들에게 확신시키는 일인 줄만 알고 있다. 하지만 뒤처진 생각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마케팅은 최초로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을 만드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선도자의 법칙이다.

 

병원의 약병,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 압솔루트 보드카

 

1879년 탄생해 100% 스웨덴의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던 압솔루트 보드카(Absolut Vodka)는 최근까지 세계 3대 고급주류로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최근 민영화에 따라 주류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페르노리카로 인수되었지만 1979년 미국으로 진출한 이후 압솔루트 보드카의 진면목은 현재 진행형이다. 무엇이 순박한 스웨덴의 그저 그런 보드카 압솔루트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을까? 그 중심에는 25년 이상 예술 같은, 아니 예술작품(Fine Art) 1천여 편의 광고를 통한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1년 시작된 '압솔루트(Absolute) 시리즈'는 압솔루트라는 제품 이름과 성격의 본질로 무궁무진한 소재와 접목해 장기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 압솔루트 보드카 제품만으로는 보드카 시장에서 최고 위치를 차지할 만한 경쟁력이 없었다. 보드카는 비교적 생산 과정이 쉽고 단순해 제품마다 맛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되도록 가격이 싼 제품을 선호했고, 그 가운데 압솔루트 보드카의 가격경쟁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미 시장에서 판매 우위를 선점한 다른 보드카 제품을 앞지를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무엇 하나 차별화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제품의 특징을 가지고도 창의적인 브랜드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광고라는 매체가 주는 엄청난 영향력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시대의 흐름을 명쾌하게 읽어 내고 해석해 다양하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에 대한 통찰력과 전략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광고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궁극적으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다. 동시에 광고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예술적 가치, 심리학적 치유, 마케팅 전략을 담아 이미지, 기호, 수사, 슬로건 등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디자인이나 대중미술처럼 광고도 대중 심리를 이용해 사람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명쾌하게 읽어낸 압솔루트 보드카는 휴일, 패션, , 구경 거리, 도시들, 명화, 또 그때그때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현상들을 순발력 있게 반영해서 여러 시리즈로 그 내용과 문화를 광고 속에 담아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품격 있는 명화가 담긴 압솔루트 광고는 사람들에게 마시는 제품의 본질을 망각하게 했다. 이와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되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실체도 된 것이다.

 

우리는 압솔루트 보드카를 통해 브랜드의 진선미(眞善美)를 발견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정체성과 진정성)를 말하는 것이고, ()은 브랜드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며, ()는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 즉 디자인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압솔루트 보드카를 언급하면서 중점적으로 다룬 영역은 미(), 이미지의 창조성에 한정되어 설명한 것 같다. 실제 평범한 압솔루트 브랜드가 예술과 광고라는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 덕분에 '비범한 가치'로 승화된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 압솔루트가 진정성(정체성)과 가치를 동시에 실천하고 있었기에 진정한 진선미가 삼위일체된 브랜드로 거듭났다는 생각이다. 압솔루트 보드카 하면 병 디자인이나 광고 캠페인 얘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 제품력이 없는 화려한 마케팅은 공허한 포장일 뿐이다. 압솔루트 보드카의 제품 철학은(여기서 철학은 곧 정체성이자 진정성을 의미한다) '원 소스(one source)'이다. 압솔루트는 스웨덴 남부의 고급 밀 산지인 아후스에서 재배한 겨울 밀과 자사 소유의 샘에서 퍼올린 청정수만을 사용해 하루 50만 병을 생산한다. 이는 다른 보드카 브랜드들이 대부분 밀에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 상대적으로 싼 재료들을 섞어 만드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압솔루트만의 이런 독특한 원 소스 생산 방식은 아후스 증류소가 설립된 1906년 이래로 10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완벽(perfection)이라는 의미가 담긴 압솔루트의 철학은 믿어도 되는 진정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이 의미하는 가치, 압솔루트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관성이다. 압솔루트는 수십 년간 완벽한 제품이라는 진정성의 자신감으로 못생기기는 했지만 자랑스럽게 투명한 병 모양을 주제로 한 비주얼과 "Absolut       (테마)", 브랜드와 테마의 두 단어로만 이루어진 심플한 카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일반적으로 브랜드의 가치, 즉 사람들로부터 인정되는 보편적인 판단 기준은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서 창출된다. 바로 압솔루트의 성공은 창의적인 광고의 덕도 있지만 오히려 기본적인 단순함에서 창조적인 열쇠를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 은행의 경쟁사는 리츠칼튼 호텔입니다 - 움프쿠아 은행

 

미국 오리건 주 시골에 위치한 아주 작은 움프쿠아 지방 은행(Umpqua Bank). 이 은행은 현재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획기적 변화를 꾀한 은행으로 유명하다. 움프쿠아 은행에 인정되는 가치는 은행이라는 단순한 영역을 과감한 투자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은행이라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은 체험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고객은 은행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sip, surf, read, bank and shop>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세계 최고의 은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표지판을 접하게 된다. <sip, surf, read, bank and shop>, 이는 움프쿠아 은행에서 고객들이 은행에 계속 머무르면서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내세운 슬로건이다. 은행 바깥의 LCD 스크린 화면으로 보여지는 이 슬로건을 통해 움프쿠아 은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를 잠재 고객에게도 홍보하는 것이다. 약간은 황당하지만 은근히 기대를 유발하는 다분히 과장된(?) 움프쿠아의 슬로건이 머리에서 잊혀지는 순간, 직원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누군가 고객을 향해 인사한다. 그것도 혼자 가슴에 꽃을 달고 있는 직원이 눈에 띈다. 움프쿠아는 매일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에게 인사만 하는 담당자를 정한다. 그리고 담당자는 가슴에 꽃을 달아야 한다. 담당자를 정해서 인사를 하는 목적인 고객들이 고객으로 인정되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사실 국내 은행을 방문하다 보면 맨 처음 마주치는 대상이 청원경찰 아저씨의 부담스런 친절이나 가슴에 띠를 두르고 선동하는 형태로 맞이하는 간부 정도 되어 보이는 은행원이다. 어떤 때는 그들의 인사나 관심을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움프쿠아의 지극히 평범한 인사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드는 대목이다. 고객은 직원의 인사로 인해 감성적 터치가 움찔하면서 촉각은 긍정적으로 자극된다.

 

고객은 기다리는 동안 움프쿠아의 문화만큼이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맛본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움프쿠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커피이다. 움프쿠아 은행에서만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자 기분 좋은 경험인 것이다. 우리는 그곳 소파의 푸근함과 예쁜 커피잔을 감상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는 결국 핵심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움프쿠아만의 향이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후각과 미각이 극도로 충족된 고객은 커피잔을 들고 창구의 직원과 마주한다. 이때 고객은 자신을 배려한 듯한 공간적 구성, 창구 직원들이 앉는 자리를 고객보다 낮게 하여 눈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한 시각적인 충족감, 아니 존중받는 듯한 느낌마저 동시에 얻는다.

 

대출을 받은 고객은 업무가 처리되는 동안 은행 안에서 들리는 음악 덕분에 귀마저 즐거워서인지 "이 노래 누가 부른 건가요?"라고 직원에게 문의를 한다. 이때 직원은 노래가 담긴 CD를 고객에게 선물로 제공한다. 고객의 청각적인 감각마저 만족시켜주는 대목이다. 움프쿠아 은행은 포틀랜드의 음악 마케팅 회사인 럼블피시와 제휴해 그 지역에서 재능은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 음악인들의 노래가 214곡 실린 CD를 제작했다. 그리고 움프쿠아 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역사회 사람들을 대상으로 은행에서 작은 공연을 꾸준히 개최하곤 한다. 이제 고객은 자신의 용무를 마치고 움프쿠아 은행을 나선다. 마지막으로 고객은 움프쿠아 은행의 독특한 분위기에 취해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제품을 보고 충동적인 소비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은행 공간 한쪽에 '그린 스페이스(Green Space)'라는 숍에서 이들을 위해 움프쿠아 로고가 박힌 모자를 구입하고 만다. 움프쿠아 로고가 새겨진 선물을 구입하는 순간, 이때부터 고객은 움프쿠아에 재무적 문제해결을 위해, 금융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이 아닌 것이다. 이때부터 고객은 움프쿠아의 가치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움프쿠아의 근원적인 창의성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해답은 '일상에서의 다른 관점'이라는 것에서 발견된다. 현재의 움프쿠아 은행의 창조성의 시작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 30대 중반의 젊은 혈기와 경험으로 무장한 지금의 CEO 레이 데이비스가 보수적인 지방 은행에 불과한 움프쿠아 은행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은행은 삭막하고 거래 중심적이며, 천편일률적이고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데이비스는 금융상품 자체보다는 방법론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차별화를 찾는 시도를 했다. 그는 매출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움프쿠아 은행을 단순한 소매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움프쿠아는 지점이라는 용어 대신 매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움프쿠아는 은행을 고객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소매업이라고 재정의한 것이다. 금융 기업들이 향수나 청바지, 커피를 판매하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반 백화점과 같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발상 하에 움프쿠아는 즉각적으로 은행을 바꾸는 실행에 들어간다. 플래그십 등을 통해 사람들이 각자의 재무적 문제를 해결하고 최대한 빨리 떠나려 하는 은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은행으로 된 것이다. 그리고 은행을 백화점과 같은 매장으로 정의하면서 은행업무의 경험만 있는 직원은 더 이상 채용하지 않았다. 소매업으로 정의하니 물건을 파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니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고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객을 도와주고 상품을 소개하며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직원들로 구성해 나갔다. 당시 미국의 최대 의류회사인 갭(GAP)이나 스타벅스, 리츠칼튼의 직원들과 같은 사람들을 채용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훌륭한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고객의 삶을 직접 체험하도록 견학이나 여행을 권장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 움프쿠아 은행의 이 같은 기초적인 정체성의 재정립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결국 고객들이 ', 무엇을 위해' 은행에 오며, '은행은 무엇을 제공해야 하고, 어떻게 보고, 듣고, 느껴야 하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해답을 준다.

 

병원은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 이다 - Raffles Medical Group

 

싱가포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래플스 병원(Raffles Medical Group) 38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2001년 설립되었다. 규모로 보면 중간급 종합병원이지만 아시아의 화교 거부들이 자주 찾는 등 부유한 계층을 상대로 만들어진 호텔식 초호화 병원이다. 이 병원은 24시간 외래 진료와 함께 외국인 환자를 겨냥한 국제진료소(Raffles International Patients Centre)도 갖추고 있다. 짧은 역사지만 미국 슬론케터링 암센터 등 서구 일류병원과 자매결연으로 유능한 의사를 스카우트하여 일약 국제적 명성을 지닌 병원으로 올라섰다. 병원에 들어서면 병원이라기보다 헬스케어 전문호텔이라는 착각이 든다. 환자가 자동차로 고급 주택가인 노스 브릿지 가(North Bridge Road)에 위치한 병원 로비 정문에 들어서면 빨간 유니폼 복장의 프론트 오피서(front officer)가 환자의 짐을 챙겨주고, 발레 파킹을 한다. 로비 정면에는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client service) 센터가 있고, 그 안쪽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인터넷 등 사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도 눈에 띈다. 암환자들이 이용하는 종양내과는 정문 옆에 별도의 문을 두어 따로 출입한다. 병원에는 독한 알코올 냄새는 물론 휠체어를 타고 복도를 드나드는 환자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접수대도 찾아볼 수 없다.

 

병동으로 올라가면 싱가포르 병원의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실감할 수 있다. 산부인과 병동의 1인실 병실료는 하루 350 싱가포르 달러( 25만 원)이다. 하지만 입퇴원 수속 대행 등, 편의 제공( 45만 원)과 전담 간호사를 신청하면 병실료가 65만 원까지 뛴다. 식사는 특급 호텔에서 스카우트해 온 '푸드 매니저'가 책임진다. 그리고 병원 5층 로열 스위트룸(Presidential Suite)은 브루나이 왕족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있다. 샹들리에, 도금 처리한 손잡이, 대리석 욕조, 영상 회의실 등 내부 인테리어는 브루나이 왕실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이 병실은 거의 비어 있지만 왕족이 찾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병원 서비스는 특급 호텔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평균 재원일수가 10~11일 정도인데 싱가포르는 4~5일이고 래플스 병원은 불과 3일이다. 당일수술(day surgery) 환자가 많아서 간단한 수술의 경우 내원한 당일에 수술하고 곧바로 환자를 귀가시키는 것이다. 또한 꼭 병원에 있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에 갔다가 하루 이틀 후 외래로 방문을 하게 된다. 환자 입장에서도 그게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협조가 잘 된다. 또한 외국 환자의 경우에는 콘도미니엄 형태의 아파트를 마련하여 가족들이 모두 그곳에 머물도록 한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래플스 병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모두 11종류로 그 가격이 우리 돈 약 20~2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수준의 건강검진 비용이다. 또 한 가지, 래플스 병원이 자체적인 응급환자 수송 체계를 갖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환자가 전화를 걸면 곧바로 앰뷸런스가 출동하는 데 24시간 운영되며 싱가포르 어디든 달려갈 뿐만 아니라 앰뷸런스에 래플스 병원의 의사까지 동승하는 시스템이다.

 

이제 더 이상 병원은 곧 의료행위라는 공식은 현대 시장경제에서 통하지 않는다. 실제 병원에서 의사가 제공하는 치료 서비스를 받기까지 병원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서비스는 말 그대로 ''으로 그냥 주는 단순한 마케팅 행위가 아니다. 병원은 부가적인 서비스로 기분 좋은 경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제 병원이 대형규모나 최첨단 의료장비나 최고의 의료진만을 내세우는 것은 최선의 의료경영이 아닌 것이다. 마치 과거의 병원은 의사와 의료행위라는 꼭 필요한 의식주(衣食住)와 같은 수준의 최소의 필요충분조건 같은 관계였다면 앞으로의 병원은 휴()()()의 개념에 입각해 입체적인 생활 문화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제 병원은 의사의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커피 한 잔과 도서관 같은 분위기 등이 연출되는 그런 휴()가 존재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또한 병원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병의 경중을 불문하고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희망과 편안함을 주기 위한 미() 개념 또한 중요하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전하는 것을 넘어 소유의 가치로 이어져 해당 병원으로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게 할 수도 있는 미의 개념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락()에 대한 개념인데 사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오락적인 감성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게 다분히 억지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병원은 치료하는 병원과 예방하는 병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치료하는 병원은 기본적으로 신속-정확-친절이라는 가치만을 사람들에게 충족시켜주고 많은 환자를 빨리 치료해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예방하는 병원은 이와 상당 부분 다르다. 예방하는 병원은 순수 예방의학 차원의 개념이 적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 웰빙 추세에 따라 자기관리와 보다 나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피부과, 성형외과 및 치과 등 미용성형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등장으로 또 다른 개념을 병원에 주고 있다. 이런 병원에서는 단순히 치료를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의료상품을 개발해서 사람들의 의료적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