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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과 기술혁신 지원제도

경제발전과 기술혁신

2005/06/22 13:04

 

 

 

(1) 경제발전과 기술혁신

경제발전이란 경제활동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양적규모가 추세적으로 확대되어 경제적 복지수준이 향상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어 왔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의 하나가 기술혁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조하고 있다. 즉,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한편으로 과거에 비해 주어진 자원으로 더 많은 양의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과거 제품보다 질적으로 우월한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기술혁신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경제발전에서 기술혁신이 갖는 중요성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연구한 경제학자는 슘페터(J.Schumpeter ; 1883-1950)였다. 물론 아담 스미스(A.Smith ; 1723-1790) 역시 국민 경제의 성장을 이룩하는 요인으로 분업, 기술진보, 자본축적을 언급하면서 기술진보의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한 바 있으나, 자본주의 경제발전에서 기술혁신이 갖는 중요성을 본격적인 연구대상으로 다룬 경제학자는 슘페터였다.

슘페터에 의하면 자본주의의 발전이란 단순히 전체적인 부(富)가 증가하거나 분배의 양이 증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방식에서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슘페터는 이러한 질적 전환을 “혁신”(innovation) 또는 “신결합” (new combination) 이라고 불렀다. 부연하면 슘페터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혁신이라고 생각했으며, 나아가 참된 경제발전은 혁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간주했다. 예컨대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의 참된 발전을 마구 제작자들 간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차를 탈 수 있는 모습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동차를 탈 수 있는 모습으로 전환된 것에서 경제발전의 참모습을 찾은 것이다. 나아가 슘페터에 의하면, 혁신은 불연속적으로 발생하고, 혁신이 발생하고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경기순환이 발생하므로 기술혁신은 경제발전과 경기순환을 동시에 야기하는 핵심적 요인이 된다.

 

슘페터는 혁신, 즉 신결합을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욱 포괄적으로 정의하였다. 슘페터에 의하면, 새로운 제품의 도입,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자재 공급원의 발굴, 산업의 새로운 조직화까지도 혁신으로 간주되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기술혁신이었다.

 

이러한 슘페터의 가설은 자본주의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서 기술혁신이 갖는 역할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어떤 혁신이 발생하여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이 제품을 중심으로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경제는 호황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한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 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도 둔화될뿐더러 수요 증가 역시도 둔화될 것이므로 긍극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출현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은 지체될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 혹은 새로운 산업을 야기하는 혁신이 출현해야 한다. 만약 혁신이 없다면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슘페터가 자본주의 경제의 참된 발전을 혁신이라고 바라보았던 것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술혁신이 경제발전에서 갖는 중요성은 일찍이 슘페터에 의해 제시되었지만, 기술혁신의 역할에 대한 실증적 분석은 195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제시되었다. 로버트 솔로(Robert Solow)와 모제스 에이브라모비츠(Moses Abramovitz)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서 결정적 역할은 수행한 것은 노동투입 및 자본투입의 증가라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이었다. 솔로에 따르면 1909년부터 40년간 미국 비농업부문에서 산출물 변화의 7/8은 기술진보에 의한 것이며, 1/8만이 자본 증가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많은 실증적 연구가 이어지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발전 양상의 차이 역시도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Crafts는 일본, 영국, 서독 등 주요 선진국의 황금시대였던 1950~1973 사이와 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렸던 1960~1994년 사이 한국, 중국, 대만 등의 성장률과 생산성을 비교 연구하면서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하였다. 이 기간 동안 아시아 주요국들은 대체로 7% 성장을 했음에도 총요소 생산성 증가율이 2%에 못미친 국가들이 많았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평균 5.6% 성장했지만, 이 중 절반 정도가 총요소 생산성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즉 선진국일수록 경제성장에서 기술진보가 더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것은 선진국일수록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해 더 많은 R&D를 투자한 결과이며, 이것이 국가 간의 발전 수준에 중요한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경제발전의 요인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이루어졌다. 연구마다 다소 편차가 존재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orea Development Institute)이 1963~2000년 동안 경제 전체의 성장요인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이 기간 중 평균 7.24%의 국민소득 성장이 있었으며, 이중 총요소 투입이 3.83%로 전체 중 52.90%, 총요소 생산성은 3.41%로 47.10% 를 차지해 국민소득 성장의 절반 정도가 총요소 생산성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총요소 생산성 중 절반 정도인 22.24%가 기술진보에 의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각국은 기술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경제성장의 60% 이상을 기술혁신이 기여토록 한다는 목표 하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 대통령) 산하에 국가기술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 과기부장관)를 설치하여 범정부적 차원에서 기술혁신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실증적 연구가 이어지면서 이론적 논의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져 슘페터의 가설을 보완하게 되었다. 경제발전과 기술혁신의 동기와 기술혁신의 의미와 범주 등에 대하여 보다 세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먼저, 기술혁신은 혁신의 대상에 따라 제품혁신(product innovation)과 공정혁신(process innovation)으로 구분된다. 제품 혁신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을 향상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정혁신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만드는 생산공정 상의 변화를 말한다. 기술 진보를 주어진 자원에서 더 많은 양을 산출하거나 혹은 질적으로 뛰어난 산출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눌 때, 공정혁신은 전자에 해당하며, 제품 혁신은 후자에 해당한다.

 

다른 한편, 기술혁신의 속도나 폭에 따라 기술혁신은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과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으로 구분된다. 급진적 혁신은 기존 기술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혁신을 의미한다. 급진적 혁신은 주요 혁신(major innovation), 기본혁신(basic innovation), 혁명적 혁신(revolutionary innovation) 으로 불리기도 한다. 급진적 혁신은 기술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혁신이기 때문에 연속적이 보다는 불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서 주로 기술주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의도적 R&D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슘페터가 의미했던 혁신은 바로 이러한 급진적 혁신에 해당한다고 간주된다.

 

점진적 혁신은 기술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아닌 기존 기술 시스템의 개선 등과 같은 소규모의 기술혁신을 뜻한다. 점진적 혁신은 부차적 혁신(minor innovation), 개선혁신(improvement innovation), 진화적 혁신(evolutionary innovation) 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이러한 혁신은 의도된 R&D의 결과라기보다는 주로 생산 현장에서 기술자들의 실행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높다. 또한 개발도상국이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그 기술을 개선해가는 과정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급진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급진적 혁신은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야기하지만, 급진적 혁신의 결과물은 처음에는 기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성격을 갖는다. 전화,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등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이 처음 발명될 당시에는 고장이 잘 나는 매우 불안정한 제품들이었기 때문에 이들 제품이 일반화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즉 이러한 혁신제품이 널리 활용되게 된 것은 근본혁신에 뒤따르는 지속적인 개선혁신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근본혁신과 개선혁신이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2) 기술혁신 지원제도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술혁신의 궁극적인 주체는 기업이지만, 기술혁신 활동은 기업단독으로만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과정의 상호작용모델 <그림 Ⅱ-1>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기술혁신은 한편으로는 개별기업의 독자적인 노력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 간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외부의 과학기술 부분과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달성되기도 한다.

기업 내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술혁신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기업에서 혁신의 출발점은 설계이다. 기업은 시장 조사 등을 통해 상품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설정하고, 상품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설령 잠재적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상품화에 성공하려면 기술적으로 가능해야 하고,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시장에서 요구되는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기업은 이러한 평가를 그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과학적, 기술적 지식 기반위에서 수행한다.

 

설계가 끝나면, 기업은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다. 기업은 시제품 생산을 통해 제품의 생산가능성을 타진한다. 상품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이 단계에서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때 기업은 현재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력으로 생산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현존하는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생산 공정을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 공정상의 곤란함 및 설계상의 오류가 발견되면 이러한 정보는 곧바로 설계부문으로 전달되어 보완설계가 진행된다.

 

보완작업을 마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사용자들에 의한 제품 평가가 진행된다. 사용자들의 평가는 사용상 불편을 주는 제품의 결함을 수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특히 사용자가 기업인 경우 사용자의 요구가 보다 직접적으로 생산자에게 전달되며, 사용에 의한 학습(learning by using) 과정에서 얻어진 중요한 정보들이 생산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때때로 신제품 생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사용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생산자와 사용자간 관계에 대한 하칸센의 연구에 의하면, 스웨덴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관련 활동 자원의 75%를 사용자와의 협력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이 그림에서 경로 C와 f에 해당하며, f는 각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피드백 과정을 나타낸다.


기술혁신은 개별기업과 과학기술을 보유한 다른 외부의 과학기술부문과 연계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외부적 연계과정이 그림에서 수직적 연계의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경로 C 과정에서 기업은 자신이 보유하거나 이용 가능한 과학지식을 이용한다. 만약 기업 내부에 필요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기업은 우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과학 지식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탐색(searching)을 할 것이다. 우선 기존 과학기술 지식 및 자료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관련 전문가 혹은 연구기관을 찾아 자문을 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그림에서 경로 K이다.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은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만약 해당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이 높고, 연구 기반이 단단하다면 기업은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혁신을 수행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탐색과정을 통해서도 해당 지식을 얻을 수 없다면, 이때 비로소 기업은 특정한 목표를 갖는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기업은 연구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도 있지만, 단독으로 수행될 수 없을 경우 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의 도움을 받아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이전 받을 수도 있고, 기업 외부의 계약연구조직(CRO)과 R&D 위탁계약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이 그림에서 경로 R에 해당한다.

 

기술혁신 과정에서 연구가 출발점이 아니라 설계가 출발점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상 혁신은 현존하는 과학 지식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연구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로젠버그가 지적했듯이 자전거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했지만, 이러한 상황은 자전거를 발명하는데 아무런 장애요인이 되지 않았으며, 자전거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에도 장벽이 될 수 없었다.

 

연구 없이도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연구가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과학의 성과에 의해 혁신이 달성되는 것은 매우 희귀한 경우이지만, 연구에서 출발된 혁신은 때때로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을 유발하여 새로운 산업분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림에서 경로 D는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며, 반도체, 레이저, 원자력, 유전공학 등의 사례가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연구가 혁신을 유발하고,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듯이 혁신 또한 연구를 지원할 수 있다. 망원경의 발명은 천문학과 물리학의 발전을 야기했으며, 현미경의 발명은 미생물학 및 현대 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컴퓨터의 발명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의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일조했다. 부연하면, 혁신 또한 연구를 지원할 수 있으며, 연구의 발전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그림에서 경로 I에 해당한다.

 

기업이 연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기업은 직접적으로 혹은 비영리 재단을 통해 과학 연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그림에서 경로 S에 해당한다. 기업이 과학부문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선 기업은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는 매 단계에서 생산과정 배후에 있는 과학 지식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지식은 첨단기술 분야일수록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클라인과 로젠버그의 지적처럼 오늘날 첨단 기술 산업의 기술진보가 장기간의 시간과 높은 비용을 초래하는 것은 과학이 제공하는 예측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과학 분야의 성과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기업은 과학연구에 소요되는 연구비용을 기꺼이 감당할 뿐만 아니라 과학 지식의 성과를 조사하는 데에도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편, 기술 혁신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오늘날 기술혁신은 점점 다른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기술혁신의 성과를 통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개별기업의 능력만으론 점점 기술혁신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급격한 기술변화로 과거에 비해 외부 환경변화에 따른 위험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1980년대 초부터 새로운 경쟁 전략의 수단으로서 외부기업, 심지어 경쟁기업 사이에서도 기업 간 협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 간 협력은 R&D에서 상업화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전 부문에 걸쳐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거나 기존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발생하기도 한다. 협력의 형태 또한 지분참여에서부터 특정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비지분 협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성과는 소유권의 형태로 공동으로 전유된다. 어떤 목적과 형태이든 간에 기업 간 협력은 개별 기업의 독립성과 독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술혁신을 달성하는 주요한 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 과정을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가 수준의 기술혁신 시스템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림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OECD에 의하면 국가수준의 기술혁신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기업, 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 그리고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을 비롯한 민간의 지원기관이다. 기술혁신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기업이지만, 기업은 설계 및 생산과정에서 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이 창출한 과학기술 지식을 필요로 한다. 또한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에는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하므로 금융기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기술 혁신 활동에 요구되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유통시키는 협회, 정보센터 등과 같은 지원기관 등이 요구된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기술혁신활동을 촉진시키거나 기술혁신 활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은 이들 조직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국가수준의 기술혁신 시스템은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고, 개량하며 확산시키기 위하여 기술개발 관련 활동을 수행하는 공공 및 민간 부문 조직들 간의 네트워크’ 혹은 ‘기술혁신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며, 주된 역할을 하는 담당하는 조직체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OECD에 의하면, 기술혁신 활동은 기업과 기업 외부 간에 형성된 상호작용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기업 및 해당 국가의 ‘혁신능력(innovating capability)'은 기술혁신 활동에 얼마만큼의 자원을 투입하는가도 중요하지만, 해당 국가의 기술혁신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에 더 크게 의존한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특정 산업부문에서의 경쟁력과 기술추격 능력은 많은 자원을 투입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은 투입된 자원의 양과 질에서 미국에 뒤졌지만, 자동차, 반도체 등 특정 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었다. 그것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과 연구소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는 일본 혁신 시스템의 능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우월했기 때문이었다. 부연하면, 일본은 기업 간의 강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부문 간에 기술혁신 관련 정보를 원활하게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은 기업 단독으로 행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를 훨씬 뛰어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기술혁신 활동이 기업을 둘러싼 네트워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성과가 해당 국가가 보유한 자원을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에 더 의존한다면, 정부의 기술혁신 활동에 대한 개입은 단지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시장실패란 지식의 공공재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난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지식은 이를 창출한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 및 연구기관 역시 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적 수익보다 사회적 수익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시장메커니즘에 맡겨두기 보다는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및 세금 감면, 혁신 제품에 대한 정부구매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적재산권 제도와 같이 연구개발 결과를 전유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고, 다른 한편으론 연구개발에 따른 수익성은 높여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 지식 스톡을 확충하기 위해 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장기간의 연구기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 민간부문이 담당할 수 없는 기초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주지한 바와 같이 정부가 연구소를 세우고, 대학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 혹은 기술혁신 제품에 대한 정부 구매를 늘이는 것 등은 원활한 기술혁신 활동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정부는 시장실패에도 개입해야 하지만, 기술혁신에 필요한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거나 조직들 간에 원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를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까지도 제시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은 제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많은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술혁신지원정책 프로그램은 연구소 간 혹은 민간 부문 간의 연계를 창출하고, 상호작용을 긴밀하게 하기 위해 운용되고 있다. EC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협동연구 프로그램(ESPRIT, BRITE, RACE)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는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과 암묵적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연구 인력고용에 대한 조세 혜택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의 연구 인력을 기업에서 고용하면, 연구 인력은 기업과 대학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프로그램 외에도 물리적 인프라 역시 이러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많은 정부가 정보교환을 촉진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과학단지(science park)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과학단지에 민간 기업 및 공공연구기관을 입주시킴으로써 대인접촉에 기초한 연계망을 만들고, 정보교환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러한 과학단지는 다국적 기업이 입주함으로써 국제적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소피아-안티폴리스, 영국의 케임브리지 과학단지가 이런 예이다. [송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