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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몸짓으로 살피는 '건강적신호

<부모님 몸짓으로 살피는 '건강적신호'>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1.20 06:05 | 최종수정 2009.01.20 07:43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록 미국발 경제위기로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그래도 설을 맞이하는 우리 마음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만날 생각에 들뜨기 마련이다.

그런데 평소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냈다면 이번 설 연휴에는 부모님을 한번 유심히 관찰해보자. 부모님은 보통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여간해선 아픈 내색을 안 하신다. 그럼에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 눈에 띈다면 이미 부모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일 수 있다.

부모님의 동작으로 짐작해볼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알아본다.
◇ 웃옷을 잘 못 입는다면 '오십견' 가능성 = 부모님이 한복 겉저고리를 입을 때 팔을 옷 안쪽 소매에 잘 끼워 넣지 못하신다면, 또 밤이 되면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신다면 오십견을 의심해봐야 한다.

오십견의 의학적 용어는 '유착성관절낭염' 또는 '동결견'이지만 주로 5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고 해서 오십견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어깨와 목 사이에 있는 관절이 굳어져서 통증과 함께 기능장애까지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최근에는 과도한 컴퓨터의 사용 등으로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오십견에 걸리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 운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특히 낮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밤만 되면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팔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옷 입기는 물론 빗질이나 머리감기도 어려워진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오십견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깨 관절은 8개의 관절이 합쳐진 복합적인 관절이다. 모든 관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어깨를 많이 사용하거나 자세가 좋지 않은 경우, 근육에 무리가 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관절의 유기적인 맞물림이 깨져 질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오십견으로 진단되면 스테로이드리도카인 등 약물을 관절 안에 주입해 통증을 없애는 주사요법이나 압통점에 근막통주사를 놓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물리치료를 꾸준히 해주면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단 통증이 있어도 운동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권고한다.

◇ 양말 신는 게 어렵다면 '허리디스크' 의심 = 부모님이 발까지 손이 안 닿아 양말 신기 힘들어하거나 허리를 숙인 채 하는 세수나 머리 감기를 버거워한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척추 뼈가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고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 즉 디스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퇴행성 변화가 생긴 것을 말한다. 디스크를 감싸는 인대조직이 파열돼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신경근을 압박, 요통 등 신경성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이다.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는 요통보다 다리 통증이 더 심한 게 특징이며 다리의 증상이 전혀 없이 요통만 있는 경우 허리 디스크보다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또 허리 디스크에서 요통은 허리 부위뿐 아니라 엉덩이 부위의 통증으로도 많이 나타난다. 다리 통증은 허리나 엉덩이에서 시작해 허벅지와 장딴지의 뒤쪽과 바깥쪽을 따라서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방사통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한쪽 다리나 엉덩이에서 통증을 느끼지만 심한 경우 양쪽 다리 모두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허리 디스크 치료 방법은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요법과 비수술적 요법, 수술적 요법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소에 허리디스크 예방에 힘쓰는 게 중요하다. 평소 무리한 자세를 피하고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 설거지하면서 그릇을 잘 떨어뜨리면 '손목터널증후군'일 수도 = 차례가 끝나고 제기들을 설거지하는 어머니가 틈틈이 양손을 계속 주무르거나 그릇을 잘 떨어뜨리고, 방문을 여닫을 때 힘겨워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일 수 있다.

손목에는 팔과 손을 연결해주는 힘줄과 손가락의 감각을 주관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데 이것들이 지나가는 통로를 '터널'이라고 한다. 이 터널은 인대로 둘러싸여 있는데 손의 과도한 사용으로 손목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가 두꺼워지면 터널 안의 정중신경을 누르면서 손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키보드나 마우스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잦은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가정주부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가정주부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면서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은 손목이 시큰거리고 손가락이 저려 컴퓨터 자판을 잘 치지 못하며 방치하면 손가락의 힘이 없어 물건 잡기나 치약 뚜껑 열기, 단추를 채우기, 방문 여닫기 등의 동작도 힘겨워진다.

손 저림증 기간이 3개월 이하고 이따금 아픈 정도라면 물리치료로 충분하지만, 통증 기간이 3~6개월이고 주로 밤에만 간간이 저릴 때는 약물치료와 함께 석고 붕대로 고정해야 도움이 된다.

만약 보존 요법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터널을 넓히는 수술을 해야 한다. 손목만 마취해 5분 정도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다.

◇ 한쪽 얼굴이 저리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면 '뇌졸중' 가능성 = 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의 발음이 갑자기 어눌해졌거나 한쪽 얼굴에 저린 증상이 있다면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된다.

이는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뇌졸중은 50~60대 부모님 세대에서 흔히 나타나는데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욱 빈발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의 파열 때문에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흘러나와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을 모두 일컫는다.

많은 사람이 뇌졸중은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뇌졸중이 아무 전조증상이 없이 오는 것은 아니다.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서 생기는 뇌경색은 약 20~40% 정도가 전조증상을 느낀다. 다만 워낙 가볍거나 일시적이어서 환자 대부분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어떤 증상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까?
흔히 '미니 뇌졸중'이라고 하는 일과성 허혈발작(TIA; Transient ischemic attack)은 뇌경색이 진행되면서 혈전(피 찌꺼기)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혀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일시적이지만 뇌동맥이 차단돼 뇌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물론 막힌 혈관은 저절로 혈전이 녹으면서 혈관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보통 30분 이내 모든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수 시간에서 하루 정도가 지속된다고 한다.

일과성 허혈발작 증상은 일시적인 마비나 구음장애(말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함),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 일반적인 뇌졸중의 증상과 같다. 다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증상을 느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뇌졸중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조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통계적으로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10배 높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 가볍더라도 이런 전조증상이 있었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

◇ 부모님이 자꾸 허리를 구부린다면 '척추관협착증' 의심을 = 부모님이 자꾸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리고 있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관 내벽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 압박이 오면서 통증과 마비가 오는 질환을 말한다.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사라져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구부리는 경우가 많다. 또 허리병이지만 허리보단 다리에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다리가 차고 시려 양말에 버선까지 신고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겨울이 되면 근육과 인대가 수축하고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면서 바깥출입도 힘들어진다.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신경다발이 눌리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 주변의 인대가 노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신경 통로가 좁아지는 이치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과 다릿병으로 인한 통증은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척추관협착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단순한 다릿병으로 오해하고 민간요법이나 물리치료에 의존하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도 선뜻 치료를 결심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고령자들은 고혈압, 당뇨 등 내과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수술을 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도일신경외과 고도일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을 내버려두면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돼 발바닥이 자갈밭을 걷는 것처럼 바뀌며 이 단계에 이르면 수술을 해도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반드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 고도일신경외과 고도일 대표원장,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