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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샘터........о♡/좋은글·시와음악

벗이여 우리는 / (宵火)고은영



      벗이여 우리는 / (宵火)고은영 벗이여 우리는 언제나 파스텔이다 진눈깨비 휘날리는 음산한 거리 어디쯤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바람의 안부를 마중하는 철 지난 입간판이다 벗이여 우리는 광야의 허드렛길에 뒹굴다 강나루 자투리에 머물러 윤 술에 깎이고 강물에 닦인 인고의 조약돌이다 벗이여 이제 우리는 황혼에 긴 그림자로 출렁이다가 외로움과 외로움끼리 만나 고독한 등을 맞대는 마지막 온정의 눈길이다 겨울의 여백을 예감하고 혼돈의 길을 열어 바다를 밝히는 마지막 등대다 벗이여 우리가 낯선 길에 마주하여 스스럼없이 웃고 손을 맞잡는 것은 외로움과 벗하는 사소한 시간에도 우리의 쓸쓸한 안부조차 큰 행복임을 알기 때문이다

출처 : 다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