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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교수 철밥통 깨기 확산

서울대의 정교수 승진 대상자 과반수가 스스로 심사를 포기하거나 심사에서 탈락해 교수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다른 대학들에서도 교수들의 `철밥통'을 깨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외대가 고속승진제를 도입하는 등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 승진과 정년 보장을 별도로 심사하고 승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어 이런 움직임이 `대세'로 굳어질지 주목된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올해 1학기 정교수 승진 심사 대상 부교수 61명 중 28명(45.9%)에 대해서만 승진을 결정, 처음으로 승진율이 50% 미만을 기록했다.

본부의 심사 강화에 따라 정교수 승진율은 매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며 실제로 상당수 승진 대상자들은 아예 스스로 심사를 유보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번 학기에 정.부교수 승진 대상자 245명 중 118명(48.2%)이, 고려대는 정.부교수 승진 대상자 113명 중 82명(72.6%)이 각각 승진했다고 밝혔다.

서강대는 이번 학기 심사 결과 정교수 승진 대상자 15명 중 11명(73.3%)이 승진했고 나머지 4명은 스스로 심사를 연기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인 사정으로 연기하는 이를 제외하면 탈락이 거의 없어 승진율이 90∼100% 였는데 작년부터 심사가 강화돼 예전보다 승진자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들의 승진 심사가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승진과 정년보장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외대는 올해부터 연구업적 등 능력이 탁월한 교수는 경력과 관계없이 승진할 수 있도록 고속승진제와 조기정년보장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이 대학에서 전임강사(2년)에서 조교수(4년)와 부교수(5년) 등을 거쳐 정교수가 되는데 최소 11년이 걸렸는데 고속승진제가 적용되면 기간이 절반 수준(5년6개월)으로 줄어들게 된다.

아직 `정교수 승진=정년보장'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정년보장 심사를 별도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심사 기준도 강화돼 서울대는 작년 2학기 외부인사를 포함한 별도의 정년보장심사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이번에는 심사위원이 논문 심사시 해외 등과 비교해 총평을 하도록 하는 등 질적 평가도 강화했다.

한양대는 작년 3월 해당 교수의 소속 학과와 국내 주요 4개 대학 같은 분야 학과의 연구업적 평균치를 승진심사 기준으로 삼는 강화안을 마련해 올해 초부터 이공계에 한해 시행하고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지난 1월 새 기준으로 승진심사를 실시한 결과 통과율이 25~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계 교수들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강대도 강화된 심사 규정에 따라 승진 제한년도 막판에 논문을 몰아서 발표하는 경우를 막으려고 논문의 발표시점을 확인하고,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수준, 논문 내용 등 교수 연구 업적에 대해 인사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심의, 평가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년수가 차면 승진이 됐지만 이제는 그런게 어렵도록 하려고 한다"며 "논문이 실린 학술지도 등급을 세분화해 질적으로 높은 연구를 하도록 제도적으로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