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의샘터........о♡/영화·책소개·리뷰

아! 살았구나 아! 죽었구나

죄는 미울지라도 사형만은… 문장식 목사 60여명 마지막 모습 다룬 책 펴내

기사입력 2007-01-03 18:00 |최종수정2007-01-03 18:00 기사원문보기

 

“아침이 되면 집행이 있을까 두려워 ‘아!죽었구나’ 하고 저녁이 되면 ‘아!살았구나’ 하며 이렇게 1년 365일을 매일 죽었다 살았다 하는 고통을 겪는데 왜 이렇게 오래 두었다가 죽이느냐.”

사형수가 아니면 실감할 수 없는 한 사형수의 한맺힌 울부짖음이 그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사형수의 대부’로 불리며 23년 동안 사형제 폐지운동에 헌신해 온 문장식(71) 목사는 그 외침을 잊을 수도,지울 수도 없었다. 최근 그가 펴낸 ‘아!죽었구나 아!살았구나’(쿰란출판사·사진)에는 지난 23년 동안 서울구치소 종교위원으로 봉사하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 60여명의 마지막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 본 한 목회자의 고뇌와 슬픔,인간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90년대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 살인 사건의 주범인 사형수 김현양의 사형집행장. “내가 모든 것을 잃었다 할지라도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도 예수 믿고 천국에서 만납시다.” 그에게 예수를 전하고 세례를 베풀었던 문 목사는 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불러주며 눈물로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 문 목사는 사형집행 장면을 참관한 뒤에는 길게는 몇 개월,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해가 갈수록 사형장에 입회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사람이 밧줄에 목이 걸린 채 매달려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그러다가 사형제 폐지 운동에 대한 그의 열정이 뜨겁게 타올랐다. 무죄를 주장하며 사형장에 들어서는 한 사형수의 울부짖음이 그를 일깨운 것.

“바로 이거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것은 천하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 존귀 운동을 펼치도록 하신 것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현장 목회와 KNCC 부회장직을 마친 문 목사는 지금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공동회장,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으로 열정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