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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 해킹’ 일파만파 … 둑 터진 ‘계좌해지’

‘옥션 해킹’ 일파만파 … 둑 터진 ‘계좌해지’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4.20 18:00

ㆍ정보유출 건수 발표보다 늘어나 파문 확산 

ㆍ카페중심 피해자들 속속 집합 집단소송 준비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 회원들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다른 은행계좌를 해지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회원 개인정보 유출 피해 건수도 당초 알려진 1081만여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와 은행들에 따르면 옥션 가입 회원들이 은행계좌를 해지하거나 비밀번호 등을 바꾸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이름 등과 함께 은행 계좌번호도 함께 유출된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은 이상 바로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에 대비해 비밀번호를 바꿀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계좌 비밀번호를 주민번호 등 기존 개인정보를 조합해서 만든 경우라면 현재 해킹 기술로 비밀번호가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추하기 쉬운 비밀번호를 쓰고 있었다면 바로 변경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옥션은 현재 전체 1800만여명 회원 중 유출사실이 확인된 1081만여명의 회원들에게만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유출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719만명 회원들의 개인정보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대책이 요구된다. 경찰은 "옥션 측이 밝힌 피해규모는 경찰이 확인한 '최소한의' 수치"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범인을 검거해봐야 알겠지만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인이 국내 모 중소의류업체 인터넷 서버를 경유해 옥션의 메인서버로 침입한 흔적을 발견, 의류업체의 서버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접속 기록을 분석 중이다. 또 범인의 인터넷 접속지역이 중국으로 밝혀짐에 따라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범인은 원격 제어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빼돌린 전문가"라면서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범인의 윤곽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션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 3일 피해자 2078명이 옥션을 상대로 1인당 200만원씩, 총 40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다음·네이버 등지의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에 참여할 피해자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어 '줄소송'이 예견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경찰청에 개인정보 유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을 두차례 요청했지만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17일 경찰청을 상대로 행정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옥션 측은 일단 경찰 수사 결과와 여론 전개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옥션 관계자는 "보안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지만 해킹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권재현·송진식기자 truejs@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