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탁가정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위탁가정이 무엇 인가요?
사정상 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아이를 양부모에게 인도될 때까지 안전하게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것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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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아이들을 돌보게 되셨나요? 또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1년 10월부터 시작했으니까 벌써 7년이 조금 더 되었네요.. 아이 아빠가 97년에 근무하던 지구대로 만삭의 임산부가 찾아왔어요. 미혼모였던 그녀는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을 하게 되어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녀를 위해 입양기관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버려지는 아이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위탁가정을 신청했는데 당시에는 자격요건이 되지 않더라구요.. 몇 년 후에 자격요건을 갖추고 나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 신청인과 가족 모두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며 아동에 대한 애정이 있는 가정 2) 신청인의 나이가 25세 이상 60세 이하로 아동양육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막내가 초등학생 이상 3) 교통이 편리하여 대중교통으로 쉽게 본회로 이동할 수 있는 가정 (1시간 내외) 4) 가족이 모두 위탁양육에 협조적이어야 하며, 다른 부업을 하거나 애완견을 키울 시 실외인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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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대에서 근무하시다 보면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자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종종 있는 일입니다. 한번은 쇼핑백에 버려진 신생아가 신고된 적이 있었어요.. 길이가 30cm정도 되는 종이백에 아이를 담아서 남의 집 대문 앞에 버린거죠. 그 작은 쇼핑백 안에서 오물 범벅이 되어 울고 있는 아이를 보니 할말이 없더라구요.. 가끔 화장실이나 쓰레기장에 신생아가 유기된 기사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아기를 장시간 방치할 경우 뇌에 이상이 올 수가 있다고 해요. 사정이 있어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줘야죠.. 무책임한 행동이 어떤 결과가 되는지 학교에서부터 가르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교육을 할 때 적극적으로 알려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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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탁가정 신청시 가족이나 친지들의 반대가 있지는 않으셨나요?
가족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고 시작 한 일이기 때문에 가족의 반대는 없었어요. 오히려 잘 도와주는 편이죠.. 혼자라면 못했을 것 같아요.. 굳이 반대한 사람을 찾자면 친구들이 반대했죠. 애 보면 늙는다,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며 걱정 하더라구요. 자주 만나지 못할까 봐 아쉬웠나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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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봐주시는 아이들의 연령은 어떻게 되며, 한 아이를 돌봐주시는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신생아들을 돌봐주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봐주는 기간은 입양이 확정될 때까지인데 보통 4~5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로 주로 입양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국내의 공개입양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국내입양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구요.. 여러분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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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두고 싶으셨던 고비가 있으셨나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던가요?
두번째 아이가 왔을 때 12일간 밤낮으로 울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아이를 돌려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입양기관의 문 앞까지 갔었어요.. 내가 포기하면 이 아이는 두번 버려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집으로 오게 되었죠. 검사해 보니 아이의 코에 이상이 있어서 숨쉬기가 힘들었나 봐요.. 그 불편함을 울음으로 알리려고 했던 건데, 알아주지 못한게 미안할 뿐이었죠.. 그 아이는 다행히 의사 아버지를 만나 미국으로 갔습니다. 평소에 힘든건 잠이 조금 부족한 거네요.. 하지만 잠 때문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는 아이를 보내고 나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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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보낼 때 심정은 어떠신가요? 첫 아이를 맡았을 때와 지금은 느낌이 또 틀리실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보낼때 마다 3-4일씩 앓아 누웠어요.. 그때는 정말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나요.. 나를 엄마로 알고 있을 텐데.. 말은 못해도 다 알거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너무 그리워서 그 채취라도 간직하고 싶어서 아이의 이불도 빨지 않고, 마지막으로 갈아준 기저귀도 버리지 못하곤 했었죠.. 정 주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정을 안줄 수가 없어요. 하는 짓이 너무 이쁘거든요.. 손가락움직임.. 기어다니는 모습 하나하나가 저희 가족에겐 기쁨 이예요. 보낼 때의 아픔보다 더 큰 행복을 우리 가정에 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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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해 보겠다는 생각이 들것도 같은데 어떠셨나요?
아이들과 너무 정이 들어 입양도 고려 했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구요. 아빠의 정년이나 나이 등 이것 저것 계산해 보니, 입양이 별로 현실적이지 않은거 있죠.. 내가 할 수 있는 내에서 해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막상 재진이의 입양이 1년이 넘도록 결정되지 않았을 때는 재진이를 키우려는 생각은 해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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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진이는 왜 입양이 안되었나요?
재진이는 저희집에 6번째로 왔었던 아이예요.. 건강한 아이들만 오는 것이 아니고, 아픈 아이들도 오거든요.. 재진이는 1.4kg인 미숙아로 태어나서 유난히 많이 울고 예민했었어요.. 몇달 후 발육이나 건강이 좋아졌지만, 출생기록이 남아서인지 1년 4개월간이나 양부모가 결정되지 못했어요.. 입양이 되지 않으면 우리 아들을 삼으려고 했는데, 결국 좋은 부모를 만나게 되었어요. * 많이 아픈 아이들은 입양기관에서 별도로 관리하며, 통원치료가 가능한 아이들만 위탁가정으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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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에 사진이 많네요. 입양된 아이들과는 연락을 하고 지내시나요?
양부모들은 입양 후 1년 가량은 입양기관에 양육과정을 알려주도록 되어 있어요. 위탁가정과 입양가정은 개인적으로는 연락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거나 선물을 보내고 싶을 땐 입양기관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죠. 아이의 뿌리를 잊지 않게끔 한국과 지속적인 연락을 하는 양부모도 많지요.. 그런 면에서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아와 한국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외국에도 홀트 모임이 있어서 가족들끼리 모여서 의논도 하고 지낸다고 하더군요.. 오늘도 노르웨이에서 입양된 아이들이 가족들과 한국을 방문 했더라구요.. 저의 첫번째 아이였던 효정이의 양부모님은 효정이가 10살이 되면 한국에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10살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만날 날이 기대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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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키워주신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아이들의 이름은 직접 지어 주시나요?
벌써 14명의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네요.. 아이들의 이름은 친부모가 지어서 기관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기관에서 정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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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아기가 있으신가요?
모두 기억에는 남지만 아팠던 아이들이 아무래도 기억이 남죠.. 아까 말씀드린 재진이랑 준영이가 기억에 남아요.. 준영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궤사성 장염으로 쉴새 없이 설사가 났거든요.. 엉덩이가 짓무를까 드라이로 말려주곤 했는데, 그 와중에도 설사가 날 정도였어요. 지금 와있는 혜원이도 코에 혈관종이 있어서 입양이 한번 거부된 적이 있어요.. 치료 받으면 금방 없어지는 병인데.. 그럴땐 정말 속상해요. 아이들의 이름을 잊어버릴까 봐 몇 년도에 왔는지 언제 갔는지 모두 적어놓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이름이며 얼굴.. 다 기억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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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입양에 대해서 고아수출이라는 표현으로 이슈화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입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외국에 입양되면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국내에서도 공개입양이 늘었지만, 아직까지는 외국으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장애가 있는 아이는 국내에서 입양되는 경우가 1%를 조금 넘거든요.. 해외 입양은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어요. 정체성은 사춘기 때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일 거예요. 외국가정에 입양되면 그 혼란이 남들보다 더 커질수도 있겠죠. 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앞길을 잡아 주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장래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요.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외국이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죠. 국제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입양기관에서도 아이에게 좋은 부모와 환경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도 노르웨이에서 방문한 입양가족을 보았는데 전 보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인지 수출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는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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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을 하면서 얻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 잃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얻는 것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다 크다 보니 각자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 대화가 점점 줄어들게 되잖아요. 아이가 있으니 한마디라도 더 하고 한번이라도 더 웃게 되요. 잃는 것은 별로 생각 나는 게 없는데.. 음.. 친구들은 예쁜 옷을 입고 나오는데 저는 티셔츠를 입고 나가야 하는거 정도? 여자이다 보니까 가끔 샘날 때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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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행복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탁가정을 주변에 권유해 보신적 있나요?
아직 권해본 적은 없어요.. 아이를 보낼 때 너무나 힘들거든요. 그럴 때는 다시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음 아이를 기다리게 되더라구요. 몇 달 본 엄마의 심정도 그런데 친모는 어떻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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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특별히 잘하면 달인이라고 하잖아요? 아파서 왔던 아이들도 건강해서 양부모님을 만난다고 하던데, 건강하게 키우는 달인만의 비법을 알려주세요.
위탁되는 아이는 건강한 아이들만 있는게 아니고 아픈 아이들도 있어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고 겁도 났어요. 비결이 뭐가 있겠어요, 내 아이라 생각하고 키우는 거죠. 우리 아이들 키울 때 처럼 야단도 치고 하면서 키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랑으로 대하는 거지요..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이 건강을 지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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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들에게 아기를 어떻게 소개하시나요?
그냥 제 조카라고 해요.. 버려진 아이라고 하면 그때부터 호구조사 들어오거든요.. 혀를 끌끌차며 측은한 시선으로 보고..
그런게 싫어서 조카라고 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자식이라고 소개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다들 이상하게 생각 하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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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탁모를 한다고 하시면 이웃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두 가지 반응인 것 같아요.. 보통 좋은 일 한다고 격려해 주시지만, 대뜸 얼마 받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처음에는 그 말이 굉장히 충격이었지만 남이 나를 어떻게 보던지 그 눈을 의식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런 오해는 왕래하다 보면 다 풀리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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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가 두분 있으신데, 아이들 뒷바라지에 지장이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첫째 석현이가 고3일때 재진이가 우리집에 왔거든요.. 울음이 많은 아이라 공부에 방해가 될까 봐 밖에서 산책도 많이 시키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때 석현이에게 처음으로 엄마, 아빠를 존경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감동이었죠. 둘째 슬기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그때부터 기저귀도 갈아주고 그랬답니다. 처음에는 슬기가 조금 샘을 내는 것 같아서 위탁모를 잠시 중단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슬기가 먼저 아기 언제 오냐고 물어 보더라구요. 아이들이 다 컸는데 뒷바라지 해줄게 있나요. 공부야 스스로 하는 거구요. 아기들을 돌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배려심 강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준 게 고마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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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육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세요?
기저귀, 분유, 내의 등 기본적인 물품은 지급이 되지만 아이들 키우다 보면 욕심이 나더라구요. 예쁜 거 입히고 싶고, 좋은 거 먹이고 싶고.. 입양 보낼 때도 똑같은 옷을 입혀 보내기 싫어서 옷가지며 한복이며 다 챙겨서 보내요. 그러다 보면 개인비용을 쓸때가 더 많죠.. 그런거 일일이 계산하다 보면 아이 못 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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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을 하시는 것이 특별하다고 느껴지시나요?
그렇진 않아요.. 처음에는 조금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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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원칙/가치(지배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신뢰와 믿음인 것 같습니다. 사는데는 믿음이 우선되어야죠.. 그래서 가훈도 거짓말을 하지 말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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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분 있으신가요?
존경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우리 남편은 칭찬해 주고 싶어요. 언젠가 가족회의 에서 나는 여지 것 죄를 지은 적이 없기 때문에 부끄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엄마하고 너희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시는데 조금 감동 했어요.. 그렇지만 아직 다 살은 인생은 아니니까 끝까지 두고 봐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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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가 생기면 보통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아이를 키우면서 여행을 많이 가게 됐어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요. 얼마 전에는 혜원이와 강원도로 여행을 갔어요. 빙어낚시도 하고 온천도 다녀왔는데 촌스려워서 막 울더라구요. ㅎㅎ 아직 낮가림이 심하거든요.. ^^ 그리고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찍은 사진은 CD에 저장해서 아이와 함께 보내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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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다시 안 태어나고 싶은데~ ㅎㅎㅎ 아이 아빠랑 둘이 이야기 한적이 있어요. 만약에 로또가 당첨되면 어떻게 할건지를요.. 저는 기부를 하겠다고 했어요. 노력해서 벌지 않은 것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요.. 아이 아빠는 저에게 영아원을 지어주고 싶다고 하네요.. 평생 애만 보고 살라는 이야기 인지..ㅎㅎ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면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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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살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그때는 너무 늙어서 아기는 못 돌보겠죠.. 지금은 정년퇴직하고 이민을 가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노후는 즐기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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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아들은 아빠의 뒷모습보고 크고 딸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큰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잘 해야 아이들도 닮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길을 가다 보면 강아지를 안고 가는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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