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흰머리 뽑아드리기
오늘 신갈 시댁에 갔었다.
가는길에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생태두마리와
콩나물, 쑥갓, 두부 사가지고 점심은 생태찌게 해서 먹고
남편과 시아버지는 골프치러 간 동안에
어머님 실머리를 목이 빠져라 죽도록 뽑아드렸다.
어떤날은 세시간도 뽑아드린적도 있고 평균 두시간은 뽑아드렸는데
오늘은 한시간 뽑아드렸다.
뽑으면 고개가 뻣뻣해 그만 뽑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만 뽑으란말씀 안하시니 수백개?
아니 수천개는 완전히 머릿속 실머리가 없어질때까지 그냥 쏙 뽑아드린다..ㅎㅎ
그러니 얼마나 머릿속이 시원하시겠는가^^
나만가면 일 다 끝나면 실머리 뽑으라고 하신다.
실머리 뽑아드리면서 어머님과 정감어린 대화를 많이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고개아픈것도 있고 얘기속에 빠져서 손이 기계처럼 실머리를 척척 뽑아댄다.
살아 생전에 친정엄마 실머리를 뽑아드렸지만
정말 뽑기 싫어서 한개 뽑으면 십원씩 준다고 하면 뽑아드렸는데
나중에는 머리숯이 없다고 염색하시니 정말 좋았다.
대신 엄마 염색하는 것을 도와드리곤 하였다.
그래서 친정엄마 생각나서 시어머님께 더욱 잘하게 된다.
나도 40넘으니 조금씩 생기기 시작해서 아이들보고 좀 뽑으라고 하면
한개 백원씩 준다고 해도 안뽑아 오백원씩 준다고 하니 만원 만 채우고 안뽑아주데.. ^^
정말 뽑아주면 얼마나 시원하던지..
그런데 안뽑아 주면 딸이고 아들이고 얼마나 얄밉던지..ㅎㅎ
그래서 더럽고 치사하다 내가 너희들한테 뽑아달라느니 염색한다 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3~4년 염색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진짜 신기한건 우리 시아버님은 지금 73세이신데 실머리가 없으시다.
남들은 새까만 머리라 염색한줄 알지만 아버님은 숯도많으시고 새치도 없으시다.
우리 신랑이 유전인지 실머리 안생겨 가끔 새치 한두개 보이면 뽑고 흰머리가 안생긴다.
그러니 우리 어머님은 실머리 뽑아주니 며느리가 안 이쁘시겠는가 ㅎㅎ
오늘도 강경가셔서 김장 젓갈 벌써 사오셨는데 어리굴젓과 새우젓 우리 줄것 따로 사오셨다.
그리고 밭에서 무 열댓게 어머님이 뽑아주셔서 지금 깍두기 담가놓았다.
음.. 날것으로 먹어도 맛있네.. 익으면 진짜 맛있을거야.
오후 3시에 집으로 돌아오려니 어머님은 조선간장도 퍼주시고,
감나무에서 단감도 따주시고, 포기김치 담근것 등 이것 저것 싸주셨다.
오늘도 어머님의 사랑을 한보따리 가득 싫고 서울로 돌아왔다.
어머님 아버님께서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린다.
글쓴이 : 문태은 리빙러빙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