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망애(信望愛) 2008. 1. 22. 22:14

전날 친구들 만나고 카페에 사진 한장이 올라와서 컴퓨터로

메인 플래시를 바꾸려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뭔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나는거야

나는 불에 뭘 올려놓지 않았는데...

다른집에서 뭘 태우나보다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아무래도 점점 냄새가 독하게 나는거야...

주방에 가보니 세상에 주전자 뚜껑에 삑삑 울어대는 플라스틱이 다 녹아 떨어지고

빨간 주전자는 온데간데 없고 까만 주전자고 올려 있는거야..

얼른 불을 끄고 환풍기를 켜고 창문들을 열었지..

점심먹고 치우고 커피한잔 한다고 물을 올려놓고 작업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린겨...

 

딸래미는 제방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냄새가 났던지 밖으로 나와서 묻는다

"엄마 탄냄새나, 뭐 또 태웠지?"

"아니야...안태웠어..."

 

주전자는 버려야 하니까 베란다에 내놨지

딸은 분명이 뭘 또 태웠다고 찾아다니다 베란다에 다탄 주전자를 보고

"에이...또 태웠네?" 하면서 연신 키득거렸어.

 

저녁때는 남편이 들어와 딸과 생태찌게를 해서 먹었어

아들은 운동하고 저녁 9시30부에나 들어오니까

그얘가 좋아하는 소고기 감자국을 맛있게 따로 끊여서 간까지 맛춰놓고

까스불을 꺼놓고 아들이 올려면 시간이 좀 남아서 내방으로 들어와서 또 컴퓨터작업을 했지..

 

나는 집에 있을 때 가사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모두 컴퓨터 앞에서 살지

컴퓨터로 늘 해야 할일들이 많기 때문에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혼자서도 아주 아주 잘 놀지ㅋㅋ

컴퓨터앞에 앉으면 완전 몰입해서 작업을 하니까 가끔 불에 멀 올려 놓으면 잊어서 잘태워먹어

남편은 문태워라고 날 놀리니까 얼른 태워도 표안나게 처리하지 ㅋㅋ

한참을 일하다 보니 뭔 탄냄새가 또 난다..

나처럼 잘 태우는 아줌마가 윗층이나 옆집에 산다고 생각했어..

 

남편이" 뭔 다~탄다~" 하고 큰소리를 지르는거야...

"문태워~ 또 뭘 태우냐~"

"태우긴 뭘태워.." 하고 얼른 뛰쳐나갔다...

하나님 맙소사 아들 주려고 한그릇 끊인 맛있는 소고기 감자국이 까만 숯이 되어 있는거야..

다행히 남비는 원래 까만색 남비라 표도 안났어...

뭘 또 태웠니?

"아니야 국 아주 쪼오끔 끊였는데 탔어.." 아주 쬐끄만 소리로 말했다.

 

"휘승이 주려고 감자국 한그릇 끊였는데..."

"난 분명히 불을 껏는데..."

"얘가 언제 켜졌지?" 하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면서

애꿎은 남비 바닥만 수저로 박박 긁어댔어..

에고 아까워라...

 

남편은 거실에서 궁시렁 궁시렁 정신이 있냐없냐 궁시렁 궁시렁

나는 찍 소리도 못하고 대꾸도 안했지..ㅋㅋ

근데 걱정된것은 낮에 태운 주전자 생각이 나는거야

그것까지 일러바치면 또 얼마나 잔소리 해달까...

아니나 다를까

딸래미가 나와서 보고는 배꼽을 빼는거야

그리고는 내가 남비 닦는데 옆에와서 킥킥대면서 지아빠 몰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잖아

나도 웃음이나지만 웃지도 못해 꾸욱 참고 남비만 긁고 있으니까

"엄마~" 하고 쿡 찌른다.

나는 웃음을 한입 삼키고 억지로 돼지 목따는 소리로

"왜~" 하고 간지러워 옆구리를 피했다.

자꾸 쿡쿡 찔러댄다.."엄마 주전자도 말한다?"

"너 비오는날 먼지나게 팬다~"

딸은 웃어죽는데 말릴수도 없는거야

 

남편은 내 흉을 딸한테 보는거야...

니네엄마 왜저러냐~

문태워~ 또태워~

자기네 끼리 쿵짝을 맞춰 웃고 떠들며 약올리는거야.

남편이 딸이 너무 웃으니까 나한테와서 묻는거야

휘정이한테 뭐라고 했길래 제가 웃냐고 묻는거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도 자꾸 이상하다고 묻는거야

나는 치사해서 용감하게 "그래 낮에도 주전자 태웠다 왜~~ 하고 소리 질렀다"

그리고 집안이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었다.

 

한참 웃고 나서는  어이 없다는 듯

너 왜그러니....

연구대상이다 연구대상 그런다

문태워가 안태워가 되기위해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신경은 가스불을 떠올리고 있다.

 

글쓴이 : 문태은 리빙러빙러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