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망애(信望愛) 2007. 12. 18. 22:58

꽃피던 봄이 엊그제 갔은데 벌써 한해가 저물어간다.

연말연시라서 모임도 생기고 사무실에서도 여러가지 마감 및 내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어제 남편친구 부부동반 모임에 갔었고 내일은 초등학교 친구들 부부동반 모임에 간다.

이래저래 바쁘다보니 카페나들이도 자주 못하고 있다.

 

오늘은 우리 학사 주방장이 휴무일이다.

당분간 주방보조 구할동안은 매주 화요일 저녁 한끼만 내가 해주고 있는데 오늘도 갔었다.

찜닭을 해주었더니 학생들이 너무 맛있게들 싹싹 그릇을 비운다.

우리 학사생들과 직원들은 모두 한가족이다. 학생들이 먼저 다 먹고 나면 그다음 직원들이 먹는다.

학생들이 간혹 먹다 남긴 음식은 원장님과 팀장님, 주방장님이 먹는다.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남긴 음식인데 뭐가 어떠한가?

지난주에는 낚지찜을 해줬더니 어떤 학생은 낚지를 안먹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콩나물만 �고 낚지는 죄다 남겨놓았더니 관리팀장님이 밥에다 넣어 쓱쓱 비벼 드신다.

 

저녁 먹은 것을 다 치우고 7시가 넘어 남편과 집에 들어오니 녹초가 된다. 

늘 학생들을 가르치기위해 컴퓨터 강의를 하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씨름만 하던 내가 주방장 노릇하긴 정말 힘들다. ㅎㅎ

정말 아무나 주방장 하는게 아니란것을 새삼 느꼈다.^^

어깨가 처지고 등이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그런데 집에와서 울딸래미가 냉면해달래 냉면 물냉면 한그릇 해주고

운동하고 밤 9시가 넘어서 돌아오는 아들을 위해 제육볶음에 전좀 부쳐서 한상 차려놓았다.

우리 아이들은 한번 먹은 반찬은 두번은 잘 안먹는다.

늘 새로 만들어 줘야만 먹으니..

더군다나 밑반찬 종류도 한번 먹으면 안먹는다.

매일 줘도 잘먹는 것은 오직 김치다. ㅋㅋ

 

사실 남편이 매일 끼니때마다 새로 해준것만 먹어서 남편에 입맞에 맞춰 새로 해주다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그렇게 적응된것 같다.

우리집은 주문 식단이다. 오늘은 뭘 해달라고 요구한다.

매일 뭘 해줄까 고민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더 편하다.

물론 하루 이틀 일일 아니라 결혼하고 지금까지다.

게다가 밤에는 간식까지 만들어 대령하라고 한다.

내가 바빠 돌아가실 정도인데도 눈도 깜짝 안하고 자기네들 먹을것만 해달라고 한다.

한번은 11시가 넘은 시간에 떡볶기를 해달라는데 떡이 없다고 안해줬더니 남편이 삐져서 집을 나갔다.

한시간 정도 있다가 들어왔길래 삐져서 어디갔다왔냐고 했더니 �볶기 사먹으러 포장마차를 다 찾아 돌아다녔는데 없더라고 한다.ㅋㅋ

그래서 간식도 안만들어 줄 수도 없다.

 

아들은 운동하고 학원이 끝나면 전화한다.

엄마 나 지금 끝나서 가요

저녁은 뭐야? 하고 묻는게 인사다. 그러니 똑같은 음식을 줄수도 없다.

 

특히 딸아이는 입이 까다롭고 밥먹은 것을 보면 쥐어박고 싶다.

음식에서 파 골라내고 야채들 안먹고

콩골라내고 젓가락 가지고 음식을 뭐든 지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 먹는다.

똑같은 콩나물도 뭘 이쁜것을 찾는다고 그리 골라 먹는지...

어릴적에 야단도 치고 골라내는 음식 먹으라고 했더니

나중에 먹은 음식을 죄다 토해내기까지 해서 그냥 먹기 싫은것은 먹지말라고 내버려 뒀다.

 아휴..너 어디가서는 절대 그렇게 음식 뒤적거리고 고르고 하면 안된다고 하면

어디가서는 안그러니 염려말란다.

사실 아들 녀석도 어릴적에는 딸같이 그랬으나 크면서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이쁘다.

딸도 좀더 크면 안그러려나...

 

오늘은 학사에서 일을 도와주고 와서 힘이 너무 들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 저녁주려고 보니 어제 먹던 참치 김치찌게도 좀 남았고, 부대찌게도 조금 남아있고

아침에 끊여준 아욱된장국도 남아있는데 새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

아이고 내팔자야! 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끄적거려본다.

 

그래도 딸래미가 물냉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믓하고

아들녀석이 철판 접시에서 찌글찌글 끊는 제육볶음과 맛있게 밥을 먹는 것을 바라보니

내 입에 밥 들어가는 것보다 배부르고 든든하다.

매끼니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 가족들이 맛있게 먹고 건강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집안이 화목하려면 먹는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먹는것이 부실하면 짜증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가족간에 스트레스가 쌓여 트러블이 생길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 건강을 위해 좀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어떤 음식을 만들어 줘야 가족들이 더 좋아할까를 생각한다.

 

내년이면 결혼 20주년이다.

직장생활을 할때거나 바쁘게 공부를 할때도, 논문을 몇편씩 쓰면서도, 정부프로젝트를 해가면서도 나는 내가족들에게 소홀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내가 좀 힘들어도 나는 가족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있어야 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족 모두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기에 내일은 무엇을 만들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까 또 생각해본다.

 

새해에는...

첫째 신앙생활을 좀더 열심히 할것

둘째 가족을 위해 좀더 헌신할것

세째 내 목표를 위한 출발을 하며 나태해지지 않도록 긴장하고 살것

그러기 위해서 한양대 랩실에도 열심히 나가고 학위취득기간의 단축을 위해 정진할것

네째 이대환 목사님 말씀처럼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삶을 살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쓴이 : 문태은 리빙러빙러닝